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어제 서울을 방문,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전시작전권 이양 시기와 조건의 재검토를 비롯한 안보협력 긴밀화, 북한의 핵실험 등 추가도발 저지 및 비핵화 협력,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긴밀한 협의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회담 후 공동성명이나 합의문은 나오지 않았고, 공동기자회견에서도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이번 정상회담은 구체적 성과보다는 상징적 의미에 치중한 셈이다. 이런 한계는 예정에 없던 방한이 한국측의 적극적 요청에 따라 마련됐을 때 어느 정도 예견됐다. 특별히 양국 정상이 서둘러 다뤄야 할 시급한 현안도, 내세울 만한 합의를 도출할 사전 대화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음을 드러냈다. 오바마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애도의 뜻을 밝히고, 경복궁을 둘러보고, 대한제국 국새(國璽)의 하나인 황제지보(皇帝之寶)를 비롯한 대한제국과 조선 왕실 인장 9점을 반환하는 등 문화에 힘이 실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정상회담은 앞서 도쿄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 비해 밀도가 떨어졌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아베 정부는 큰 선물을 얻었다.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에 대한 지지야 당연하다 치더라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미일안보의 대상임을 천명한 것은 그 파장이 간단하지 않아 보인다. 이런 노골적 중국 견제 의지를 일본은 반기고 있지만, 중국의 반발은 피할 수 없다.
어제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독도나 위안부 문제, 역사인식 문제 등 한일 외교갈등의 주된 고리에 대해서는 중립적 자세에 머물렀다. 센카쿠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불만,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에 대한 한중 양국의 반감 등을 고려해 일본에 가벼운 충고는 할 만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아태 재균형 정책’의 확인, 즉 ‘중국 견제’ 의지의 다짐이란 이번 아시아 순방의 목적에 매달려 그런 배려를 잊었다. 이런 아쉬움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를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