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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농락과 기만이 판치는 월스트리트의 적나라한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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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농락과 기만이 판치는 월스트리트의 적나라한 민낯

입력
2014.04.2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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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골드만삭스를 떠난 이유

그레그 스미스 지음ㆍ이새누리 옮김

문학동네 발행ㆍ400쪽ㆍ1만8,000원

‘탐욕은 선이다’(Greed Is Good). 올리버 스톤 감독의 미국 영화 ‘월스트리트’(1987)에 나오는 명대사다. 증권가의 큰손인 게코(마이클 더글러스)가 청년 주식 중개인 버드(찰리 쉰)에게 월스트리트의 생존법칙을 가르칠 때 사용한 말이다. 탈법과 편법을 통해서라도 돈에 대한 욕망을 채우는 걸 우선시하는 월스트리트의 비정한 생리가 담겨 있다.

월스트리트의 탐욕을 그린 영화는 많다. 지난해 개봉한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도 마찬가지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도 스크린 속 복마전은 너무나 악랄해 보여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2008년 부동산 거품이 꺼진 뒤 금융업계의 탐욕에 대한 세인들의 분노가 빗발치고 2011년 월스트리트 점령이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월스트리트의 악인은 소수라고 믿는다. 아니, 믿고 싶어한다. 꽤 많은 사람들은 월스트리트의 숫자놀이에 의한 수익과 손실은 주식 거래에 관계된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일로 여기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내가 골드만삭스를 떠난 이유는 사람들의 근거 없는 환상을 깬다. 월스트리트의 선의를 믿지 않아온 사람들에겐 월스트리트에 대한 불신을 강고하게 만든다. 저자는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을 카지노에 비유한다. 금융정보를 쥐락펴락하는 월스트리트의 회사들은 고객 패를 다 알고, 또 어떤 패든 돌릴 수 있는 카지노라 다름 없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회사가 한 분기 동안 매일매일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있는데 일반적인 의미의 카지노에선 불가능하다고 일갈한다. 금융기관이 비정상적으로 수익을 남기면 누군가는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그 누군가는 여러 펀드에 투자한 연금이나 수많은 기금들이다. 결국 머니게임의 희생양은 애먼 국민이 될 수 밖에 없다.

책 내용이 믿기지 않는다면 저자의 이력을 짚어보면 된다. 월스트리트의 명가 골드만삭스에서만 10년 넘게 일했다. 그는 고객들을 “멍청이”라 부르며 자신의 배 채우기에 주력하는 회사와 동료들을 보면서 회의를 느꼈고, 월스트리트의 이기적 영업방식을 고발하는 칼럼을 2012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해 파장을 일으켰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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