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 무능론’이 확산되면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서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개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보조를 맞춰온 친박(親朴)계 원내지도부는 일단 ‘선(先)사고 수습, 후(後)개각’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각의 폭과 시기, 대상을 두고 혼란스러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참사 열흘째인 25일 새누리당에선 개각과 관련한 목소리가 중구난방으로 터져나왔다. 초재선 의원모임에서 ‘문책론 개각론’이 거론된 지 이틀만에 중진그룹은 물론 당 지도부 일각에서도 개각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에 따른 6ㆍ4 지방선거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반면 청와대가 개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당장의 논의에는 부정적인 기류를 보이고 있어 향후 여권 내부의 의견 조율 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실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단계별로 문제점을 규명하고 이에 따른 책임을 묻겠다’던 지난 21일 박 대통령의 수석비서관회의 발언을 언급하며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면 고위 공무원들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당장 친박 핵심인사들부터 입장이 엇갈린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지금은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위로할 때”라며 “정치권에서 개각이니 인책이니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지금은 개각 문제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친박 지도부 핵심인사는 “청와대 내에서도 개각 얘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만약 소폭 개각을 결정한다면 국민 정서를 대단히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폭적인 물갈이 개각이 필요하다는 취지인데, 여기에는 최 원내대표와는 달리 개각 문제를 적극 논의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지도부 내에서 “야권 성향 인사를 중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만큼 개각 논의가 절실하다는 방증이다.
당 지도부 일각에선 아예 개각 시점을 특정하고 나섰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지금은 구조가 우선이라 개각을 논할 때는 아니지만 개각을 한다면 지방선거 전에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른 고위 당직자는 “지방선거 전에 개각 명단을 발표해 민심을 어루만지고 선거 후에 인사청문회를 진행한다면 업무 공백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지도부를 제외한 당내의 분위기는 훨씬 절박해 보인다. 한 당직자는 “드러내놓고 말은 않지만 지방선거 이전은 물론이고 지금 당장 개각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 수도권 초선의원은 “박 대통령 취임 후 매번 수습부터 하겠다고 해서 대충 넘어갔지만 이번엔 상황이 전혀 다르다”면서 “정홍원 총리를 포함한 전면 개각이 아니고선 위기를 돌파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참사가 지방선거에 미칠 여파가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보이는 영남권의 한 친박계 재선의원도 “청와대가 인사청문회 부담 때문에 개각에 소극적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그게 국민의 분노와 실망감을 누그러뜨리는 것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면서 “이번에야말로 당 지도부가 청와대에 분명한 의견을 전달해줘야 한다”고 압박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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