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박3일간의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치고 25일 한국으로 출국하기 직전에야 전날 열린 미일 정상회담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회담 전에 모든 합의와 문구 조율까지 다 마쳐 놓고 회담이 끝나면 바로 공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 발표가 하루나 늦어졌을까. ★관련기사 13면
미일 중대 현안 중 하나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양국이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일 통상장관은 오바마 방일 전에 합의를 보기 위해 진작부터 협상을 계속했다. 하지만 오바마가 23일 도쿄 하네다공항에 내리는 날까지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공동성명은 TPP 대목만 빼고 모든 내용이 합의된 상태였다. 다음 날 정상회담이 끝난 뒤 일단 공동성명 발표를 미루고 이 부분을 채워 넣기 위한 실무당국자 협상이 재개됐다. 실무자 협의에서 결과가 나오면 25일 아침에 양국 장관이 회의를 갖고 합의 내용을 담아 공동성명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날 거의 밤을 새다시피 진행한 실무자 회의에서도 양국은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양국은 미국산 돼지고기 관세율 추가 인하와 미국차의 일본 수입 관세혜택 확대 등을 놓고 절충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공동성명에서 이 대목은 “중요 과제를 진척시켜 나갈 길을 확인했다”는 수준에 머물렀다.
미일 공동성명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내용은 역시 안보 문제였다. 중국을 염두에 둔 ‘동ㆍ남중국해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북한의 핵ㆍ미사일 문제에 관한 한미일 공동 대처’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검토에 대한 미국의 지지와 환영’ 등이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와 함께 성명에서 센카쿠제도를 미일안보조약 적용 대상으로 명기했다는 점을 큰 수확으로 꼽았다. 오바마는 전날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미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센카쿠를 공개 거명해 미일안보조약 대상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아베는 이 대목을 중국과 영토 갈등에서 미국이 일본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지켜주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지만 기자회견 중 오바마 발언을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센카쿠를 언급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오바마는 먼저 “영유권에 관한 확정된 입장을 밝히지는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내가 강조한 것은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라며 “일본과 중국이 어떻게 협력해 갈 지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오바마는 “미국은 중국과 매우 긴밀한 관계이며 중국은 이 지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나라”라면서 “중국이 향후에도 성공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로 이어서 “중국이 센카쿠를 군사 침공한다면 미국은 무력을 사용할 것인가”라는 더 노골적인 질문이 나왔다. 오바마는 “사태가 계속 악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아베 총리에게 말했다”며 이렇게 답했다. “국제법이나 규범을 침해한 나라가 나올 때마다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가 그 규범을 믿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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