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한옥 한 채를 짓다
황인범 지음
돌베개 발행ㆍ336쪽ㆍ1만8,000원
문화재가 아닌 삶의 공간으로서 한옥은 얼마나 실용적일 수 있을까. 건축가 입장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사람들은 한옥의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실제 그 속에 들어가 살기를 주저한다. 양옥이나 아파트보다 한기를 피하기 힘들고 수납공간 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한옥을 짓는 것과 들어가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서울 종로구 서촌 지역엔 2010년을 전후해 한옥 짓기 열풍이 불었다. 저자는 이곳에서 한옥 아홉 채를 지어 올린 도편수다. 그가 평소 한옥에 큰 관심을 보였던 로버트 파우저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와 만나 ‘어락당’이라 불리는 작은 한옥 한 채를 짓는 현장기록을 담은 이 책은 한옥이 지닌 이 같은 고민을 해소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파우저 교수는 자신의 낡은 집을 멋들어진 한옥 ‘어락당’으로 새롭게 짓고 싶다는 제안을 저자에게 했다. 그는 단지 호기심 어린 이방인의 시선으로 한옥을 대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사는 공간으로 한옥을 꿈꿨다. 전통과 현재의 괴리를 고민하던 저자에게 파우저 교수의 제안은 즐거운 일이었다. ‘어락당’의 모체로 이들은 조선 시대 한옥이 아닌 1930년대 도시형한옥을 선택했다. 이미 인구 과밀화가 진행된 서울에서 당시 집장사들이 기존의 필지를 여러 채로 쪼개 집을 만들어 팔던 시절의 개량형 한옥을 말한다. 공간활용을 위해 대청마루 대신 쪽마루를 다는 식으로 짓는 집이다. 책에는 숱한 사진과 일러스트, 그리고 집을 직접 짓는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실려 생생한 집짓기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어락당에서의 첫 밤을 보낸 파우저 교수의 단상은 집, 특히 한옥이 인간에게 주는 안위가 새삼 어떤 것인지 알게 해준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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