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기울면 갑판의 선수나 선미로 서둘러 대피해야 하는 게 바다의 상식이다. 선실에 물이 차오르면 구명조끼는 오히려 탈출에 방해가 된다.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이 자기들끼리만 빠져나간 위급한 상황에서도 “선실이 더 안전하다”는 말만 믿은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입은 채 선실에서 무작정 대기하고 있었다. 476명을 태운 국내 최대 여객선에선 비상시 대피요령에 대한 안전교육이 없었다.
아이들 스스로 위급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평소 재난ㆍ 안전교육이 이뤄졌더라면 이번 비극은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초ㆍ중ㆍ고교 체육시간을 통해 재난 대피요령이나 안전교육을 하라, 교사와 학생을 상대로 안전교육을 제도화하라는 국민의 요구가 쇄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제라도 선원 및 승객은 물론이고, 일선 학교에서의 안전교육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 안전문제에 관한 한 전쟁에 대비하는 수준으로 교육 및 훈련의 제도화가 절실하다. 현재 18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아동복지법시행령에는 어린이집 원장, 유치원 원장, 각급 초중등학교 교장이 매년 44시간의 재난 대비 안전교육을 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구체적 지침도 없고, 지키지 않아도 제재를 받는 일이 없다고 한다. 일선 학교에선 안전교육은커녕 이를 가르칠 자격 있는 교사조차 드물다. 뒤늦게나마 교육부는 학생 안전교육 표준안을 하반기까지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빈틈 없는 준비로 형식적이 아닌 실질적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이제 국민 모두가 안전관리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사고가 날 때마다 정부의 무능만을 탓할 수 없다. 국민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일상의 업무규칙 준수, 장비 및 시설의 철저한 점검, 사고시를 상정한 피난 및 구조훈련 등에 적극 참여해 정부와 함께 재난대처 민관 합동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 일반인들도 민방위 훈련에서 안전교육을 받고, 이를 생활화하는 방안이 범 정부 차원에서 강구돼야 한다. 안전을 지키는 건 결국 시민들 스스로의 깨어있는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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