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
안 앙설렝 슈창베르제ㆍ에블린 비손 죄프루아 지음
허봉금 옮김ㆍ민음인 발행ㆍ184쪽ㆍ1만2,800원
크나큰 슬픔에 삶이 무너져버린 이들에게 이별과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살아가는 법을 일러주는 책이다.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비통해하는 때에 나온 책이라 더 눈길이 간다. 두 저자는 프랑스의 저명한 심리 치료 전문가다.
핵심은 ‘충분히 애도하라. 그리고 삶을 다시 시작하라’는 것이다. “충분히 애도하고 난 후에야 고인은 우리 마음 속에 살아 있게 된다. 하지만 슬픔이 우리를 파괴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잘 보살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애도는 치유의 과정’ 임을 강조한다. 애도를 마치고 나와서 어느 정도 내적인 평화와 평정을 되찾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문제는 애도의 방법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고통 속에서도 꿋꿋이 견뎌내 빨리 예전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주변의 기대는 당사자로 하여금 슬픔을 억누르게 만든다. 하지만 “애도의 시간은 매우 길고 고통스러우며, 누군가의 죽음이나 상실로 인해 평생 동안 괴로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두 저자가 바로 그런 고통을 겪었다. 슈창베르제는 열 여섯 살 때 세 살 아래 동생을 잃었다. 충격과 슬픔에 이름까지 바꾸고 동생 이야기를 할지도 모를 사람들을 피했다. 결혼할 때가 되어서야 이름을 되찾았고, 여든 살이 넘어서야 정상적으로 그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스물 여섯 살 때 6개월 된 딸을 잃은 또다른 저자 죄프루아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20년이 걸렸다. 딸 이야기는 입 밖에 내지 않았고 누구의 장례식에도 가지 않았으며 딸의 묘지에 가는 것도 혼자서는 할 수 없었다. 그랬던 그는 슈창베르제가 지도한 심리치료 연수 덕분에 비로소 평안을 되찾았다.
이 책은 비탄에 잠긴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 과정을 설명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일러준다. 혼자 내버려 두면 안 된다, 충분히 오랫동안 도와야 한다, 어설픈 위로의 말은 상처만 준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옆에 있어주는 것이 좋다, 솔직하고 진실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당사자 스스로 슬픔을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도 소개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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