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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뮤직 스크랩/ 공연 등 릴레이 취소... 애도의 방식 '불편한 한결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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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뮤직 스크랩/ 공연 등 릴레이 취소... 애도의 방식 '불편한 한결같음'

입력
2014.04.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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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말하기 어려운 감정이 북받친다. 슬프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죄책감도 들고 화도 난다. 일이 많아 정신 없는 것이 다행이라는 친구가 있고 웃고 떠드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는 선배와 후배가 있다. 그러다 보니 웃고 떠드는 사람을 보면 또 욱, 한다. 그러다 이건 아니지 싶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총체적으로 한국이란 공동체의 맨바닥을 드러내 보인 이번 사고는 아무래도 21세기 최초의 집단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 이런 분위기에서 예능, 코미디, 공연,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는 것은 납득할 만하다. 전대미문의 비극 앞에서 즐겁고 재미있고 행복한 것 모두 거추장스럽다. 그래서 예능ㆍ코미디ㆍ음악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음악이나 인터넷의 개인 방송도 대거 중단됐다. 일본 걸 그룹 퍼퓸의 내한공연이 급히 취소됐고 그린플러그드 음악 페스티벌과 월드 DJ 페스티벌은 일정이 미뤄졌다.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은 올해 일정을 취소했다.

이 끔찍한 사고 앞에서 공연과 페스티벌을 취소하는 것을 지지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강제성을 띠는 것은 반대한다. 그 점에서 방송이나 문화예술계가 지나치게 눈치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분위기에서 공연을 어떻게 하나 싶지만, 그건 상황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추모 공연으로 바꿀 수도 있고, 관객과 가수가 감정적 유대를 나눌 수도 있다. 관객이 ‘전국민적 애도의 물결’에 동참하지 않는 걸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건 그들이 알아서 할 문제다.

2001년 9월 29일은 미국의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SNL)의 스물일곱번째 시즌 첫 방송 일이었다. 9ㆍ11 테러 직후 라이브 코미디 프로그램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제작진은 당시 줄리아니 뉴욕 시장을 생방송에 초대해 “우리가 웃겨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정면 돌파였다. 좀 극단적이고 미국적인 일화지만 우리도 생각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날, 김광석은 공연을 취소하는 대신 실종자들이 무사하기를 관객들과 함께 기원하며 공연을 이어나갔다. 그 음성이 남아 지금도 당시의 충격과 간절함을 상기시킨다. 9ㆍ11 테러 1년 후 슈퍼볼 경기의 하프타임 쇼에 출연한 밴드 U2는 신곡을 발표하며 후방 스크린에 희생자 명단을 상영했다. 같은 시각 버드와이저는 희생자 추모 광고를 상영했다.

비참함 앞에서 우리는 남과 같은 감정을 느껴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방식으로 애도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도 다른 사람의 진심을 제 마음대로 판단하거나 강제할 수 없다. 제도라면 더더욱 그렇다. 애도의 형식과 범위를 규범화하는 것이야말로 애도하려는 자의 진심을 무시하는 태도일 것이다.

사고 당사자에게는 지금 위로와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건 웃기는 방송 프로그램이나 공연과 무관한 일이다. 그것은 오히려 구경꾼에 머물고 있는 자신의 죄책감을 엉뚱한 곳에 해소하는 일일 수 있다.

늘 중요한 것은 당사자다. 지금 그들이 바라는 것은 무책임한 정부의 사과와 명확한 원인 규명, 책임자 처벌, 그리고 무엇보다 원활한 현장 구조다. 이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치 지도자와 관료, 제도를 ‘정상화’하는 게 지금 할 일이고 그분들을 위로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믿는다. ‘사회적인 애도’에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할 때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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