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예능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야외 버라이어티가 예능의 기본으로 여겨지고 있다. 종영한 ‘K팝스타 3’를 제외하고는, 모든 일요 예능 프로그램을 야외에서 촬영한다. 게다가 예능 프로그램끼리의 경쟁이 뜨거워 지면서 야외 촬영의 강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에서는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문어 잡이를 나갔다. 그런데 그 장면이 조금은 위험해 보인다. 멀미를 하지 않고 재미있게 지내던 찬형이가 직접 문어를 잡겠다며 낚싯줄을 끌어올리는데 보기에 따라 아찔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겠다.
‘진짜 사나이’에서 출연자들이 전차를 운전하거나 포를 쏘는 장면 또한 위험해 보였다. 실제로 혼자 포탄을 쥐고 있던 박건형은 만약 포탄을 놓치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KBS ‘해피선데이-1박2일’ 역시 복불복의 강도가 세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때 물에 뛰어들거나 야외에서 취침하는 것 등이 복불복 벌칙의 백미로 그려졌지만 시청자들은 반복되는 자극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이 바닷물에 뛰어드는 정도의 복불복 벌칙은 약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방송가의 이 같은 야외 예능이 세월호 참사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외 예능의 안전 여부를 둘러싸고 훨씬 민감한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와중에 입수 복불복 같은 건 아마 할 수 없을 것 같다. 출연자들의 위험을 담보로 하는 ‘도전’ 역시 경우에 따라 ‘안전 불감증’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테면 ‘무한도전’의 스피드 레이서 특집은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도전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껏 예능 프로에서 출연자들이 감내하는 고통과 위험이 적지 않았지만 그들이 그 같은 어려움과 부닥치면서 보여주는 재미 때문에 상당 부분 상쇄돼왔다. 심지어 말이 아닌 몸과 땀으로 보여주는 예능의 진정성으로까지 받아들여졌다. 그 안에 존재하는 안전 문제가 무시되곤 했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SBS ‘정글의 법칙’도 마찬가지다. 벌 알레르기가 있는 김병만이 콩가개미의 습격을 받아 위험한 상황에 몰리기까지 했다. 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출연자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하지만 그 도전 자체가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장면들이 시청자에게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
세월호 참사로 야외 버라이어티에 상당한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점 외에, 힐링 트렌드가 부활할 가능성도 점쳐 진다. 힐링이 이미 한 물 간 트렌드로 인식되고 있지만 대중은 세월호 참사라는 엄청난 충격을 어떻게든 치유하고 극복하려 하고 있다. 예능이 그저 웃고 떠들고 찧고 까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때로는 힘겨운 현실을 위로해주는 것 역시 예능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이번 참사 이후 새로운 형태의 힐링 트렌드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금 TV에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이 엄청난 참사 앞에서 웃음이라는 것이 가당하기나 하느냐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웃기 힘들어도 살기 위해 웃어야 할지 모른다. 거대한 비극을 겪은 후의 웃음은 그 의미와 결이 과거의 그것들과 같을 수 없을 것이다. 자극적인 재미만이 아닌 위로와 위안을 줄 수 있는 예능의 또 다른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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