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세월호에 대한 구조가 지지부진하니까 대통령에 대한 원성이 높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이미 어떤 상식이 되어버렸다. 술집에서, 거리에서, SNS에서 과격한 발언들이 쏟아진다. 욕설까지 섞인 원색적인 비난이 난무한다. 지금 하는 말 역시 해봐야 별 소용없는 말이겠지만, 시계를 거꾸로 돌려 지금의 대통령을 만들어낸 2012년 12월로 돌아가보자. 그때 진보진영이 조금만 냉정했다면, 조금만 차분했다면, 다 이긴 듯이 자만하지만 않았다면, 그리고 ‘입진보’들이 깐죽대지만 않았다면, 좀더 유연한 태도로 부동층을 흡수하고 저쪽의 결속을 무력화했다면, 지금 무능의 극치라고 몰아붙이는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고, 죄 없는 아이들이 이렇게 바다 속에서 죽어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이 지금 다 죽어가는데, 대통령 물러나라는 말, 정부를 전복시켜야 한다는 말은 얼마나 허망한 말인가. 정부를 전복시키면 죽은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나. 대통령과 정부가 잘못한 일에 대해 비판은 비판대로 엄혹하게 하고 분노는 단호하게 하되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자위와도 같은 증오와 비아냥은 걷어치우자. 그것은 또다시 저쪽으로 하여금, 대통령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주는 것 밖엔 안 된다. 이 끝없는 그리고 무의미한 동어반복과 순환을 이제는 끝내야 하지 않겠는가. 제발 죄 없는 아이들의 죽음을 자신의 응어리진 정치적 한풀이의 매개로 사용하지는 말기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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