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청나라를 다녀온 사신이나 그 수행원이 남긴 기록인 연행록은 한중 문화 교류에 관한 자료의 보고다. 한양에서 청의 수도 연경(지금의 베이징)에 이르는 노정, 사행의 의식과 절차, 양국의 인적ㆍ물적 교류, 청의 문물 제도에 관한 견문과 체험, 중국에 전래된 서양 과학기술과 종교 등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가 담겨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18세기 연행록 112종에서 서적과 서화의 교류에 관한 기사만 뽑아 번역한 세기 연행록 기사 집성-서적ㆍ서화 편을 냈다. 연행 시기 순으로 해당 자료를 번역해 원문과 함께 수록하고, 각 연행록의 작자와 사행 경위, 특징을 설명했다. 이들 연행록에서 언급된 서적ㆍ서화의 목록과 해제는 260여쪽 분량으로 따로 수록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5명이 2년간 공동 작업을 해서 냈다.
18세기 연행록, 그 중에도 서적과 서화에 관한 기사만 따로 모은 것은 이 때가 양국의 문화적 전성기인 데다 양국 지식인의 교류를 살피는 데 서적과 서화가 좋은 자료이기 때문이다. 양국 지식인이 주고 받은 대화나 조선 사신단이 보고 들은 것, 당시 연경의 천주교당에 와 있던 서양 선교사와 나눈 이야기에는 책과 그림에 관한 기사가 많다.
연행은 조선 지식인들이 선진 문물을 접하고 세계를 만나는 창구 역할을 했다. 이를 위한 서적 구입은 사절단의 주요 임무 중 하나여서 연경의 서적ㆍ골동품 시장인 류리창은 사절단이 반드시 들르는 명소였다. 책벌레로 유명한 실학자 이덕무는 류리창 서점에서 팔고 있는 조선에선 보기 힘든 책 134종의 상세 목록을 자신의 연행기에 남겼고, 박제가는 류리창을 뒤져서 찾아낸 청의 금서에서 조선에 관한 기록을 몰래 베껴 돌아왔다.
이번 서화ㆍ서적 편 정리에 참여한 신익철 교수는 “현전 연행록 400여 종 가운데 번역된 것은 약 30종에 불과하다”며 “이 많은 연행록을 전체적ㆍ입체적으로 다루려면 서적ㆍ서화 교류뿐 아니라 세분화된 주제별 자료 집성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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