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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힘든 등교… 교사들이 학생 한명 한명 안아주며 다독여

입력
2014.04.2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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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이리 와. 얼른 와.” “거기 좀 비켜주세요. 우리 애들 오잖아요.”

24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고 앞.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임시 휴교했다가 3학년부터 수업을 재개한 첫 날, 등굣길에는 어른들의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평소처럼 교사 1명과 안전귀가지도 자원봉사자 3명이 학생들을 맞았지만 여느 때의 왁자지껄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거나 귀에 이어폰을 꽂은 학생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버스정류장에 내린 학생들은 노란 리본이 달린 나무가 양쪽으로 늘어선 100여m 길을 무거운 표정으로 지나 교문으로 들어섰다. 교문에도 ‘아들 딸들아, 돌아오렴’, ‘큰 기적을…’ 등의 글귀가 적힌 노란 리본이 묶여 있고, 탁자 위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화꽃이 수북했다. 일부 학생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걸음을 재촉했다.

이날 오전 영결식을 마치고 학교에 들른 운구차가 지나가자, 3학년 학생들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인 채 2학년 후배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상처를 추스리고 다시 학교를 찾은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하러 온 아이들, 엇갈린 등굣길은 안타까움을 더했다.

대다수가 침통한 분위기로 등교했지만 서로 위로하면서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교사들은 등교하는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안아주며 인사했다. “걱정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학생들 맞을 준비를 했다”는 3학년 부장 김모 교사는 “오히려 선생님의 건강을 걱정하고 위로하는 아이들의 성숙한 태도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상담심리치유센터장인 정운선 경북대 의대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선생님이 괜찮은지 제일 많이 물어보고, 그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했다”며 “교사가 심리적인 안정을 찾은 학급은 아이들도 대체적으로 상태가 양호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의 회복이 남은 학생들을 치유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오전 8시20분 시작된 첫 교시에는 다시 만난 교사와 학생들이 대화를 나눴다. 2~3교시에는 정신과 전문의와 위(Wee)센터 전문상담교사가 교실을 찾아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 4교시 학급회의까지 마친 학생들은 낮 12시20분쯤 귀가했다. 정 교수는 “학생들을 면담한 결과 아이들은 어른들이 실종자들을 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어른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등교한 학생은 3학년 총 505명 중 480명. 나머지는 유족이거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결석했다. 단원고는 25일부터 1~4교시 교과수업을 재개하고, 5~6교시에 심리치료 상담을 할 예정이다. 1학년 학생과 수학여행에 불참한 2학년 학생 13명은 28일 등교한다.

안산=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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