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의 위기대응 매뉴얼에 대형 선박사고 발생 시 충격 상쇄용 아이템을 발굴하라는 언론대응 지침이 포함돼 있는 사실이 확인돼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국방부가 이례적으로 북한의 4차 핵실험 임박 징후와 첩보내용을 발표했지만 정작 북한에서는 유화적 신호가 나오고 있어 일각에서 국면전환을 위한 일종의 과잉대응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24일 해수부가 공개한 ‘해양사고 위기관리 실무 매뉴얼’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처럼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해수부 언론담당자는 관련 상황에 대한 언론 브리핑과 함께 여론 주의를 분산시킬 대체 기사도 개발해야 한다. 이런 사실이 알려져 비난이 쏟아지자 해수부는 이날 오후 늦게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 그러나 해수부 매뉴얼이 정부 부처가 따라야 할 대통령 훈령을 근거로 작성된 만큼 비공개 상태인 다른 부처 ‘위기 대응 매뉴얼’에도 같은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세월호 침몰 사고에 쏠린 언론과 여론을 분산시키려는 정부 행보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가 국방부가 22일 “큰 것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북한 내부 첩보내용과 함께 발표한 북한의 4차 핵실험 임박설이다. 국방부는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가림막을 설치했다 제거하는 등 임박 징후가 포착됐고, “비유하자면 언제든 비행기를 탑승할 수 있는 오픈 항공티켓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23일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이 문제를 논의하는 등 초비상 상황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정작 북한은 같은 날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묻는 ‘공개 질문장’, 세월호 참사 조의 전통문을 보내는 등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비상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태도를 우리측에 보였다.
특히 국방부는 미국의 북한 전문사이트인 ‘38노스’가 지난달 초부터 19일까지 촬영된 상업위성 사진을 토대로 지난 세 차례 핵실험만큼 활발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자 “(핵실험 임박 징후를) 한미 정보당국이 똑같이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3일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 핵실험 임박 관련 질문이 나오자 “한국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했지만 우리 국방부 발표내용을 확인하지는 않았다.
이로 미뤄볼 때 북한의 핵실험 강행 여부와 관련해 여러 혼란스런 신호와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데도 세월호 참사로 위기에 몰린 우리 정부가 핵실험 비상 정국으로 몰아간 게 아니냐는 뒷말도 적지 않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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