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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MD) 실효성은

입력
2014.04.2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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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100㎞ 안팎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고고도요격체계(THAAD)./2014-04-24(한국일보)
고도 100㎞ 안팎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고고도요격체계(THAAD)./2014-04-24(한국일보)

탄도 미사일은 북한 같은 제3세계 국가들이 미국 등 강대국에 맞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무기다. 순항(크루즈) 미사일보다 속도가 훨씬 빠른 데다 재래식 폭탄은 물론 생화학 무기까지 탑재 가능해 개전 초 적의 주요 지역 및 시설을 신속하게 무력화할 수 있다. 가장 위협적인 것은 핵탄두가 장착된 탄도 미사일이다. 지금껏 북한은 사거리 5,500㎞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핵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3차례 핵실험도 핵무기를 미사일에 실어 미 본토까지 보낼 수 있도록 작고 가볍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분위기다. ICBM인 대포동 미사일뿐 아니라 중ㆍ단거리 미사일에도 핵탄두를 결합하려는 의도가 감지되고 있다. 올해 2, 3월 실시된 스커드(사거리 300~500㎞)ㆍ노동(사거리 1,300㎞) 집중 발사가 이런 목적의 훈련이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 군 주변에서 나온다. 특히 지난달 26일 사거리를 대폭 줄여(600㎞) 노동미사일을 쏜 게 핵무기를 실을 수 있도록 탄두 중량(700㎏)을 늘려 보려는 심산이 있었던 건 아닌지 군은 의심하고 있다. 한반도 남측에 핵 미사일이 떨어질 공산이 과거보다 커진 건 사실이다.

패트리엇의 한계

북한의 탄도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우리가 구축하고 있는 요격 시스템이 이른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다. 미국 조기경보위성이 처음 발견하고, 지상에 배치된 우리의 조기경보레이더(그린파인)와 해상 이지스 구축함 레이더가 탐지한 북한 탄도 미사일의 정보(비행 정보, 탄착 지점 등)를 작전통제소(AMD-Cell)가 분석하면 국군 패트리엇(PAC-2, 3) 포대가 요격한다는 게 이 시스템의 기본 개념이다.

문제는 낮은 고도(하층)에서 급속히 떨어지는(종말) 미사일을 타격하는 데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크다는 사실이다. 협소한 한반도의 특성상 요격 시간이 짧아지는 만큼 명중 확률도 떨어진다. 북한이 사거리 1,000㎞급 노동을 곧추 세워 발사할 경우 서울까지 날아오는 약 11분 동안 패트리엇으로 이를 요격할 수 있는 시간은 1초에 불과하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까지 나왔을 정도다. 미사일이 지상에 떨어지기 직전 찰나의 기회를 살리지 못할 경우 그 피해는 막대할 수밖에 없다.

좁은 방어 영역도 단점이다. 군 관계자는 “요격 가능 범위가 포대 주변 20~30㎞밖에 안된다”며 “서울시를 지키려면 몇 대가 필요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물론 국방부가 팔짱만 끼고 있는 건 아니다. 적 미사일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할 수도 있는 기존 ‘파편형’ 패트리엇 시스템을 이르면 올해부터 ‘직격형’으로 업그레이드하고 고도 30㎞와 고도 50~60㎞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중ㆍ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M-SAM과 L-SAM을 각각 2020년과 2022년까지 개발, 하층 다중 방어 체계를 갖춘다는 구상이다.

미사일 방어 딜레마

우리 군이 하층 방어 방식을 고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요격 고도를 높이는 상층 방어 방식의 채택을 군이 시도해 보지 않은 건 아니다. 공군은 요격 가능 고도가 대기권(100㎞ 이내) 안팎에까지 달하는 지대공 미사일 고고도요격체계(THAAD)를, 해군은 대기권 밖 500㎞ 높이까지 올라갈 수 있는 함대공 미사일 SM-3를 미국으로부터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지만 긍정적 결과를 얻지 못했다.

천문학적 도입 비용을 감내할 만한 효과를 입증하기 어려웠고, 상층 방어 체계의 구축을 미국 미사일 방어(MD) 편입으로 간주하는 중국ㆍ러시아를 설득해야 하는 외교적 부담도 이기지 못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미사일 방어 자체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속도가 빠른 탄도 미사일을 맞히는 것이 기술적으로 매우 힘든 데다 설령 맞히더라도 견고한 내열 탄피로 보호되는 탄두를 완전 파괴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미사일 방어 체계를 완벽하게 만든다는 건 엄청난 비용을 수반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작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종심이 짧은 한반도 특성상 북한 탄도 미사일 최대 고도가 기껏해야 100㎞ 정도일 게 뻔한 만큼, 요격 고도가 100㎞를 상회하는 THAAD나 SM-3가 우리에겐 쓸모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심지어 방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제언까지 나온다. 하층 방어만으론 위험하지만 상층 방어 역시 오해만 살 뿐 별 실효성이 없는 딜레마 탓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미사일 방어에는 필연적으로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데다 한 번 요격에 실패할 경우 입는 피해가 극심하다”며 “KAMD에 투입할 비용으로 차라리 북한 지휘부를 궤멸시킬 수 있을 정도의 공격용 무기를 강화해 북한의 공격을 억지하는 편이 더 낫다”고 조언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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