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협동조합(신협)이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수시로 자금을 대여하며 자금줄 역할을 해온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현재까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관계사가 거래를 해온 것으로 확인된 신협들 상당수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협이 유 전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이용됐을 것이라는 의혹도 점점 증폭된다. 이에 따라 신협중앙회는 신협 3곳에 대해 현장검사에 착수했으며, 금융당국도 곧 특별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청해진해운 관계사와 거래관계가 드러난 신협은 모두 8곳에 달한다.
㈜세모의 직장신협인 세모신협은 청해진해운 관계사에 수시로 장단기차입금을 대여해주는 창구로 활용됐다. 아이원아이홀딩스(2011년 2억7,000만원, 2013년 5,000만원), 세모(2012년 8억5,000만원, 2013년 7억8,500만원), 문진미디어(2011년 3억원), 다판다(2010년 5억원) 등이다. 유 전 회장 측근 중 상당수가 세모신협 출신으로, 세모신협은 이 일가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노른자쇼핑과 한국제약에도 각각 6억4,000만원과 8억2,000만원을 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건설 및 분양 업체로 유 전 회장의 장남인 대균씨가 최대주주인 트라이곤코리아는 한평신협 남강신협 인평신협 등에서 운영자금 명목으로 모두 32억원을 차입했다. 이 회사는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도 직접 281억원을 빌렸다.
농축수산물 가공품 제조업체로 유 전 회장의 차남 대균씨가 대표로 있는 에그앤씨드 역시 여러 신협과 거래를 해왔다. 탄방침례신협, 침광교회신협, 전평신협 등 3곳에서 대출받은 금액이 9억원 가량에 달한다. 한평신협, 인평신협을 비롯한 이들 신협은 구원파 신도들이 상당수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감사보고서에는 이상한 점도 발견된다. 애그앤씨드의 경우 인평신협과 기복신협, 남강신협에는 대출도 없으면서도 담보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신협에서 부당 대출을 받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박모(46)씨 등 ㈜아해의 전신인 세모화학 직원 5명은 지난 2007년 유성신협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자신들의 명의로 돼 있는 대출금 2억6,000만원이 무효라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 차명 대출의 실질적인 채무자가 세모화학이라며 박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당시 “법인에 돈을 빌려주지 못하도록 한 유성신협의 대출 규정을 피하기 위해 직원들 명의를 빌렸다”고 밝혔다. 유성신협은 유 전 회장 부친이 설립한 곳으로 1999년 파산했다.
신협중앙회는 세모신협에 대해 현장 검사에 착수한 데 이어 한평신협과 인평신협에 대해서도 현장 검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신협중앙회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특별검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들여다보면 볼수록 관련 신협이 늘어나고 이상한 점도 발견되고 있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들여다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 기획검사국은 25일부터 청해진해운 관계사에 대출을 해준 산업 경남 기업 우리 등 4개 은행에 대해 특별검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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