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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끼리 거미줄 같은 내부거래 지분 투자 합치면 수년간 수천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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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끼리 거미줄 같은 내부거래 지분 투자 합치면 수년간 수천억원

입력
2014.04.2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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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거래가 뒤엉킨 유병언 왕국 관계사

이상한 거래 투성이 .. 자기 돈 뺴내듯이. 관계사 모두 사금고화…

침몰한 ‘세월호’ 운항사 청해진해운과 40여 관계사들은 지분뿐 아니라 자금거래도 거미줄 같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삼중의 지분관계로 연결된 계열사, 관계사 구조를 갖추고 내부거래를 통해 기업을 키워 온 것으로 파악된다. 그 정점엔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있다. 이들이 해외에 구축한 관계사만도 10개가 훌쩍 넘는다. 회사 자금을 이 회사에서 저 회사로 마구 옮기면서 회사 자금을 사금고처럼 사용하고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한국일보가 청해진해운의 주요 관계사 10여곳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작년 1년간 특수관계에 있는 관계사 간 단순한 용역, 물품 거래 규모는 300억원 안팎에 달했다. 상호 간 거래는 지급보증, 상품매입, 물류비용, 식대매입, 캘린더구입, 용역료 등 갖가지 방법이 동원됐다. 수년에 걸친 관계사들 간 유상증자 등 지분투자까지 합하면 내부거래는 수 천억원에 육박한다.

내부거래는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업종이 경영자문 및 경영컨설팅업인 이 회사는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와 차남 혁기씨가 각각 19.4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천해지(조선플랜트), 아해(도료) 등 관계기업 및 청해진해운(해상여객) 등 기타 특수관계사 9개사를 통해 2011~2013년 각각 4억9,800만원, 5억1,600만원, 5억1,600만원씩 해마다 5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 이 회사가 올린 전체 매출이 5억2,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매출의 거의 전부를 관계사로부터 벌어들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원아이홀딩스는 2012년 천해지와의 거래에서도 작년과 같은 8,4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으나, 천해지는 당시 아이원아이홀딩스에 3억8,416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비자금 의혹이 제기된다.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이 외에도 유 전 회장 일가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세모신용협동조합으로부터 5,000만원을 끌어다 썼으며, 계열사인 다판다(건강식품판매)로부터 7,830여만원을 차입했다. 그러면서 관계사인 천해지의 은행 여신에 대해서는 42억2,000만원의 지급보증을 서주고 있다.

천해지, 다판다(건강식품판매), 세모(건강기능식품제조ㆍ화장품제조 및 무역), 아해, 문진미디어(교육) 등 관계사 간 자금거래는 얽히고설켜 복잡한데다, 일부는 업종이 전혀 달라 거래가 이뤄지는 것 자체가 의문인 경우도 있다.

다단계로 알려진 다판다의 경우 작년 한해 세모에만 무려 156억에 이르는 매출을 올려줬다. 세모에서 제조된 상품 거의 전부를 판매한 셈이다. 2012년에는 18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려줬다. 다판다가 세모의 지분을 대거 흡수하면서 투자한 금액도 52억여원에 달한다. 두 회사가 서로 가지고 있는 채권채무잔액도 작년 말 현재 14억여원이다. 다판다는 또 유 전 회장의 사진전시 및 판매 회사인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로부터 2012년 3억원 어치 전시작품을 구입해 줬다.

청해진해운의 대주주인 천해지도 내부거래의 핵심이다. 청해진해운으로부터 가장 많은 20억여원의 매출을 올린 대신 10억원의 보증을 서줬다. 문제는 선박블럭생산 및 조선플랜트사업교육업종인 천해지가 교육업인 문진미디어와 2,200만원의 거래를 주고받았고, 프랑스에서 문화사업을 펼치는 아해 프레스 프랑스(AHAE PRESS FRANCE)에는 18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려줬다는 점. 회계사들은 “이해할 수 없는 거래”라고 입을 모은다.

이밖에도 유 전 회장의 인척으로 알려진 권오균 씨가 대표인 트라이곤코리아(건설ㆍ분양업)는 차남 혁기씨가 대표인 국제영상으로부터 3억9,700여만원을, 권 대표로부터 2억2,000만원을 빌렸다. 특이한 것은 회사가 다시 권 대표에게 4억2,600여만원을 대여해주고 있다는 점. 회사와 대표가 서로 돈을 빌려준 것이다. 트라이곤코리아는 또 유 전 회장의 동생인 유병호씨와 딸인 유섬나씨에게 각각 5억원을 빌려줬다. 유 전 회장 일가가 기업 자금을 자기 주머니에서 꺼내듯 사금고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거래로 수백억원이 오가는 사이 비자금이 형성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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