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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보도, 정부 대변인 보는듯한 공영방송 vs 무기력한 정부에 일침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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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보도, 정부 대변인 보는듯한 공영방송 vs 무기력한 정부에 일침 JTBC

입력
2014.04.2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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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과 종합편성의 보도 태도가 뒤바뀐 듯하다.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뒤 공영방송 KBS MBC와 종합편성 JTBC 가운데 누가 더 냉정하게 보도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면 그렇다.

언론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냉정하고 차분하게 뉴스를 전달해야 할 국가재난 주관방송사인 KBS는 오보한 것도 모자라 뉴스를 흥미위주로 보도하면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종편인 JTBC가 현장의 유가족이나 민간잠수부 등과 인터뷰하며 구조 상황을 현실감 있게 다루면서 차별화했다”고 말했다.

23일 방송된 KBS ‘뉴스 9’와 MBC ‘뉴스데스크, JTBC ‘뉴스 9’ 등 각 방송사 메인 뉴스를 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KBS ‘뉴스 9’는 ‘5층까지 수색 확대…집중 수색 장소는?’을 머리기사로 보도한 이후 ‘지침 지키지 못한 채 잠수…매일 사선 넘어’, ‘목숨 건 수색에 잠수병 10여명 치료 중’, ‘수중 작업 후 목숨 위협하는 잠수병’, ‘장시간 잠수 표면 공급 잠수로 전환’ 등 구조에 나선 잠수부들의 애환을 무려 4꼭지를 할애해 주요 뉴스로 다뤘다. MBC도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보도를 뉴스 초반에 넣으며 무려 5꼭지를 연이어 내보냈다. 반면 JTBC는 ‘희생자 늘어 156명…민간 잠수요원, 해경과 갈등 빚기도’, ‘잠수시간 늘려라, 머구리 투입 총력전…효과는?’, 민감 잠수사 인터뷰 등 구조 작업과 관련한 보도를 머리기사로 다루며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담았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정부를 향한 일침을 빼놓지 않는 것도 종편인 JTBC 뉴스다. 이날 JTBC‘뉴스 9’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과 관련해 ‘청와대, 재난 컨트롤타워 아니다’ 책임론 확산 차단?’ 보도를 비롯해 ‘오류 정정 혼선…중심 없고 대책도 없는 재난본부’, ‘우후죽순 생긴 본부…통합해도 여전히 오락가락 대응’, ‘명예직 가까운 총리, 재난 대처 어려워…전문가, 청와대 관여해야’, ‘4%도 안 되는 안전 관련 예산…안전행정부 이름 무색’ 등 정부를 비판하는 뉴스를 7꼭지로 채웠다.

반면 KBS와 MBC는 정반대의 보도 태도를 보였다. KBS는 이날 ‘검찰이 직접 전국 선박 안전 점검 나서’, ‘정부, 오늘부터 총체적 안전 점검 착수’ 등을, MBC도 ‘청와대, 국가개조 수준의 시스템 혁신…60년 쌓인 폐단 고칠 것’ 이라며 정부를 대변하는 듯한 보도를 했다. 두 공영방송사는 JTBC에 있던 민 대변인의 발언은 다루지 않았고, JTBC가 빼놓은 ‘박 대통령 시진핑과 통화..북핵 중단 설득 요청’을 보란 듯이 뉴스 막판에 끼워 넣으면서 우애를 자랑하기도 했다.

세 방송사의 보도 행보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당일인 16일과 이튿날인 17일에도 갈렸다. KBS는 16일 ‘박 대통령, 참담한 심정…구조 최선 다해야’와 17일 ‘박 대통령 현장 방문…1분 1초가 급해’를, MBC는 16일 ‘박 대통령,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참담한 심정, 구조에 최선’과 17일 ‘박 대통령, 1분 1초가 급하다…구조에 최선 다할 것’, ‘박근혜 대통령, 진도체육관 가족들 위로 구조에 최선’ 등을 내보냈다. JTBC는 17일 박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한 내용을 두 꼭지 전했다. 공영방송들만 박 대통령 관련 뉴스를 이틀 연속 보도한 것. 두 방송사는 정작 17일 JTBC가 보도한 ‘부실 대응에 분노한 실종자 가족…정홍원 총리 물세례’와 같은 정 총리 관련 소식은 쏙 빼버렸다. JTBC ‘뉴스 9’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와 정동섭 한동대 외래교수를 연이어 인터뷰하며 구조 작업 방식과 유 전 세모그룹 회장의 비리 등을 공개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타 언론사들이 이들을 취재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현상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이유야 어찌됐건 공영방송사는 정부에 비판적인 시선을 거둔 듯한 뉘앙스로 뉴스를 내보내고 있고, 종편 JTBC가 형님들이 못하는 보도를 챙겨가는 형국이다. 23일 방영된 JTBC ‘뉴스 9’는 4%대의 시청률을 보이며 각 종편 프로그램 중 1위 자리를 지켰다.

대학생 이재훈(27)씨는 “왜 구조 작업이 더딘지, 유가족의 입장은 어떤지 등이 궁금한데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건 JTBC 뉴스라서 고정시켜 놓게 되더라”며 종편 뉴스에 귀를 기울이게 된 이유를 밝혔다. 회사원 박미혜(35ㆍ여)씨도 “KBS는 특히 재난방송주관사로서 얼마 전 뉴스에서 큰 오보를 내어 신뢰가 가지 않아 다른 채널로 돌린다”고 말했다.

KBS는 지난 18일 ‘뉴스특보’ 도중 ‘세월호 선내 엉켜있는 시신 다수 확인’ 소식을 전했지만 곧 오보로 밝혀져 앵커가 이를 정정한 바 있다. KBS는 이에 대해 23일 “논란을 일으킨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속보처리에 더욱 신중하겠다”고만 했을 뿐 아직까지 공식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는 “편파적이고 정권지향적인 공영방송들 탓에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가 지극히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보이는 것”이라며 “사실 JTBC 뉴스는 가장 기본적인 뉴스의 패턴을 지킬 뿐인데 공영방송사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어 진보적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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