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출가 톰 모리스의 ‘한여름 밤의 꿈’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탄생 450주년 생일(26일)에 맞춰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25~27일)에 오른다. 2월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 공연을 시작으로 세계 투어에 오른 ‘한여름 밤의 꿈’ 공연의 종착지가 바로 서울 국립극장이다.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으로 인간과 요정이 숲에서 벌이는 한바탕 소동을 마법처럼 그리는 이 작품은 남아프리카공화국 극단 핸드스프링 퍼펫 컴퍼니가 합류해 더욱 특별하다. 핸드스프링은 톰 모리스의 연극 ‘워 호스’에서 살아있는 말을 능가하는 인형(퍼펫) 연기로 찬사를 받았다.
공연을 하루 앞둔 24일 달오름극장(512석)에서는 방금 테크(Tech)연습(조명과 장치를 배우의 연기와 맞춰보는 연습)에 들어간 배우들이 인형을 손에 들고 제임스 보나스 협력연출과 의견을 나누는 중이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조명 탓에 무대 양 옆 자막용 전광판 불빛이 객석의 시야를 끌어들인다며 제작진이 고민하고 있었다.
극의 시대 배경은 어느 먼 미래다. 셰익스피어가 원작에서 설정했던 그리스 아테네와는 다르다. 문명이 이미 소멸되고 살아남은 인간들이 새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거이면서 미래인 시대다. 배우들은 그래서 시대성이 흐릿한 의상을 입는다.
제작진은 다소 규모가 큰 달오름 무대의 사이즈에 맞게 홍콩에서 무대장치를 다듬어 공수했다. “모든 물건에 영혼이 있다”는 핸드스프링의 믿음, 그리고 요정과 인간세계가 뒤섞이는 ‘한여름 밤의 꿈’의 설정이 합치한 덕분에 관객은 무대에 놓인 공구와 일상 물품들이 극중 갑자기 살아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인형들은 이들 물건이 합쳐진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신민경 국립극장 프로듀서는 “살아있는 말을 정확히 재현했던 ‘워 호스’의 인형과 달리 이번 공연의 인형들은 미니멀하면서도 세밀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의 묘약을 잘못 뿌려 분란을 일으키는 요정 퍽의 인형은 ‘워호스’의 말처럼 배우 3명의 연기와 목소리로 생명을 얻어 무대에 오른다. 테크 연습에 등장한 퍽은 요정왕 오베론의 충견으로 그려졌다.
오베론과 요정여왕 티타니아가 다투는 장면에서 배우들은 환상계의 배역을 상징하는 인형을 손에 들고 연기했다. 신 프로듀서는 “배우들이 인형을 들고 있을 때는 요정 세계의 인물을, 그렇지 않을 때엔 인간을 연기하는 것으로 보면 맞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마을 직공들이 연극 연습을 하기 위해 등장하는 장면을 이전과 다르게 수정했다. 지난 공연에선 상대적으로 조용히 무대에 나타났던 이들이 이번 공연에선 객석 통로를 통해 소란스럽게 등장한다.
배우들이 들고 있는 나무판자도 눈길을 끈다. 요정 배역, 인간 배역 모두 판자를 들고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이에 대해 조세프 웰러스 인형 부문 협력 예술가는 “판자가 세계를 통합시키는 역할도 하고 공간을 바꾸는 도구로도 사용되며 숲, 숨쉬는 벽, 혹은 요정 자체로도 쓰인다”며 “이 연극에서 모든 출연자는 연기하지 않을 때 항상 판자를 들고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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