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 일본 도쿄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가 미일 안보조약 적용대상이라는 점을 미 대통령으로는 처음 공개 언급했다. 아베 정권이 추진 중인 집단적 자위권 헌법해석 변경에도 환영과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중국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데도 안보 문제에서 일본에 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로써 아베 신조 총리는 센카쿠를 둘러싼 중국과 영유권 분쟁에서 확실한 아군을 얻었을 뿐 아니라, 집단적 자위권을 비롯한 안보강화정책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적극적 평화주의’를 설명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일 동맹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싶다”는 속내도 숨김없이 내비쳤다.
이 같은 분위기에 자신감이라도 얻은 것인지 야스쿠니 문제에서도 별로 거침이 없었다. 아베 총리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말 야스쿠니 참배 배경에 대해 “국가를 위해 싸운 분들의 명복을 빌고 부전의 맹세를 했으며 앞으로도 (이런 점을)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야스쿠니에 거듭 거부감을 표시해온 미국을 향해 전혀 오해일 뿐이라고 말했다는 것은 결국 언제든 다시 야스쿠니 참배를 할 수 있다는 의사표시에 다름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안보 정책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서 일본의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려는 의도가 적지 않다. 일본은 TPP협상에서 쌀, 보리, 설탕, 쇠고기ㆍ돼지고기, 유제품 등 5개 항목을 관세철폐 예외품목으로 정해 끝까지 지켜려 하지만, 미국은 관세 완전 철폐를 요구해 조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시야에 두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서 일본의 대폭적인 양보를 얻어내려는 마음이 굴뚝 같은 상황이다.
오바마는 전날 아베와 초밥 만찬에서도 TPP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양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영을 겸한 비공식 만찬에서 일격을 당한 아베는 “우리도 관세를 많이 내렸다”고 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TPP 문제에서 정상 합의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었다.
미일 정상은 결국 회담에서 TPP 문제의 결론을 내지 못하고 각료급 협의를 지속한다는 원칙론에 합의하는 데 그쳤다. 공동성명도 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을 내지 못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100점 만점에 70점에도 못 미치는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일본 언론들은 “향후 일본이 불리한 협상에 내몰릴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분석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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