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직전 승객들의 도움으로 구조된 다섯 살 권모양의 어머니 한모(29)씨가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한씨의 시신은 23일 선체 수색 과정에서 수습돼 오후 11시 50분쯤 진도 팽목항에 옮겨진 뒤 가족들에 의해 신원이 확인됐다.
한씨는 사고 당시 어린 딸을 구하기 위해 구명조끼를 입혀 먼저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양은 승객 김모(59)씨와 단원고 학생 박호진(17)군, 화물차 운전기사 김동수(49)씨 등의 도움으로 구조됐다. 한씨와 남편 권모(52)씨, 아들(7), 딸은 서울 생활을 접고 제주에서 감귤 농사를 지으며 살 계획으로 세월호를 타고 이사하던 중이었다.
한씨의 시신은 24일에도 팽목항 임시안치실을 떠나지 못했다. 권씨와 아들의 생사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양의 큰아버지는 이날 “아이 아빠와 오빠가 배에서 나오면 같이 병원으로 가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8시52분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해 구조를 요청한 단원고 학생 최모(16)군으로 추정되는 시신도 23일 발견됐다. 시신은 4층 선미 부분에서 수습됐다. 유전자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최군의 부모가 신원을 확인했다고 해경은 밝혔다.
최군은 당시 119에 전화해 “제주도 가고 있는데 여기 지금 배가 침몰하는 것 같아요”라고 알렸다. 그러나 최군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 구조 보트에는 선원들이 먼저 올랐다.
전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군의 신고 이후 약 30분간 119종합상황실에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신고 전화가 21건 걸려왔다. 이중 13건이 직접 통화가 이뤄졌고, 대부분 학생들이었다.
오전 8시 55분 55초에 전화한 신고자는 “살려주세요. 배가 기울었어요. 한 명이 아까 빠진 것 같아요. 사람이!”라고 외쳤다. “해경에서 간다”는 답을 듣고도 “살려주세요. 점점 더 기울어요”, “빨리 와주세요. 살려주세요”라는 다급한 간청을 되풀이했다.
배가 급격히 기운 오전 9시 21분 55초. 앞서 전화를 한 듯한 신고자가 다시 구조 요청을 했다. 신고자는 “세월호인데요. 어느 정도 왔어요?”라고 묻다가 헬기 소리를 들었는지 “도착했어요. 도착했어요.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진도=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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