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음은 영국 발음보다 캐주얼한 편이지만 멋 부리는 억양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도시에 사는 젊은 층, 특히 흑인들이 한껏 멋을 내는 억양을 쓰는 경우가 많다. 전후 단어나 음절을 또박또박 발음하기보다는 흘려 보내듯 굴리는 발음이 그 특징 중 하나다. 가령 'everything'을 발음할 때 '에브리 띵'으로 명쾌하게 발음하는 것이 아니라 '에~띵'처럼 뭉뚱그려 발음하는 것이다. 이들의 발음을 자세히 들어보면 'I asked him'이라고 말할 때 ‘ask’가 ‘axe’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같은 성향은 도시의 흑인이나 백인의 중산층 자녀 중 좀더 멋지게 보이고 싶어하는 이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여기서 흑인의 영어가 일반 영어와 다르다는 점은 잠시 논외로 치고 그들 내부의 발음 차이를 주목해보자. 그들이 습관적으로 내뱉는 ‘be’의 혼용은 의미도, 내용도, 스타일도 매우 독특하다. 이들이 'We clubbin'이라고 말하면 이는 'We are at this time in the club(우리는 이 때쯤에는 클럽에 있어'란 뜻이 되고 'We be clubbin'이라고 말하면 'We go to the club a lot most weekends in fact(우리는 주말엔 거의 클럽에 가 있어)'란 뜻이 된다. be 동사의 유무로 의미가 확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표현 방식과 발음은 사투리와는 달리 도시권 흑인 사이에서 하나의 패턴처럼 유행하는데 ‘Deep South’로 불리는 남부의 느린 발성보다 경쾌하고 빠르다. 그들 나름의 도시풍 발음인 셈이다.
그런데 도시의 흑인들이 'urban accents(도시 억양)'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도시와 시골을 구분 짓는 어휘가 아니다. 애틀랜타나 기타 남부 지역의 도시에서는 ‘there’도 '데어'가 아니라 '더'로 줄여 말하는데 이는 동부 특유의 전통식 발음과 가볍게 혀를 굴리는 서부 발음의 영향을 모두 흡수해 그들 나름의 도시풍 발음을 만든 것이다. 따라서 뉴욕이나 필라델피아의 흑인 지역에서 사용하는 표현이나 억양은 애틀랜타, 시애틀, 클리블랜드의 흑인들이 들으면 이상할 수 있다. 흑인 영어가 주류가 아니라는 편견이 여전하지만 언어학자들은 그들의 영어를 ‘Ebonics’라는 명칭으로 부르며 언어 다양성 차원에서 존중한다. 흑인 사이에서도 스스로 자존심을 갖고 억양에 신경 쓰는 경향이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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