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성장률은 비교적 선방을 했다. 전년 동기비로 보면 3년 만에 최고치. 문제는 소비가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과 얼마 전 한국은행이 내놓은 전망치도 밑돌 정도다. 이달 들어 세월호 침몰 사고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 회복을 장담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에 따르면 1분기 실질 GDP 증가율, 즉 경제 성장률은 전기 대비 0.9%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와 동일한 수치로 2분기 연속 1%에 못 미쳤다. 그래도 전년 동기와 비교를 할 때 실질 GDP는 3.9%로 성장하며 2011년 1분기(4.9%) 이후 가장 높았다. 수치만 보면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역시 수출이 1분기 성장을 주도했다. 수출은 전 분기 대비 1.7%, 전년 동기비 4.6% 증가했다. 작년 4분기 수출증가율(전분기비 1.4%)보다 더 좋은 성적표다. 1, 2월에는 미국 한파 등의 영향으로 예상에 못 미쳤지만, 3월 수출이 전년 동월비로 5.2% 늘어나면서 회복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수출 전망도 나쁘지 않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측이다.
우려되는 건 민간소비다.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0.3%에 그쳤다. ‘1.0%(작년 3분기) → 0.6%(작년 4분기) → 0.3%(올 1분기)’ 등 점점 더 위축되는 모습이다. 올해 성장에 대한 기여도에서 수출보다 내수가 더 높을 거라던 불과 보름 전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을 무색하게 만드는 결과다. 실제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도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상반기 중 민간소비가 2.9%(전년동기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전망이 적중하려면 2분기 증가율이 3.2% 안팎에 달해야 한다.
하지만 2분기는 1분기보다 더 걱정스럽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사회 전반에 소비 위축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여행과 골프, 쇼핑, 술자리 등 여가나 사치성 소비가 크게 줄어들었고,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대규모 마케팅과 행사도 줄었다. 특히 5월은 근로자의날과 어린이날, 부처님오신날로 이어지는 연휴가 있는데다 가계 지출이 많은 가정의 달인데 세월호 침몰의 충격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민간소비 둔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다만 일각에선 소비가 미래로 이월되는 것일 뿐 성장률 자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아직 세월호 참사가 내수에 미칠 여파를 따져보지는 못했지만 소비심리 위축에 대해 짚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들의 실질적인 살림살이 변화를 볼 수 있는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의 경우 교역조건이 소폭 악화되면서 작년 4분기 0.8%에서 올 1분기 0.7%로 둔화됐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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