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은행에 신고된 조세회피처 투자금액이 전년 대비 64%가량 늘어났다. 국내 대기업들이 저금리 등으로 국내 투자가 여의치 않아 해외 투자를 대폭 확대한 것으로 분석됐다.
24일 한국은행이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비금융 국내기업이 케이맨 군도, 버뮤다, 버진아일랜드,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조세회피처에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투자 목적으로 송금한 금액은 총 26억6,000만달러(약 2조7,624억원)으로 전년(16억2,000만달러) 대비 64.2% 늘어났다.
투자가 가장 많았던 조세회피처는 케이맨군도로 25억1,000억달러(약 2조6,066억원)였다. 2009년 7,000만달러에서 36배나 늘어난 규모다. 이어 버뮤다(8,000만달러), 버진아일랜드(4,000만달러), 말레이시아 라부안(2,000만달러) 순이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등의 여파로 국내에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아 해외 투자를 다양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지역에 법인 등을 설립하기 위해 출자할 경우 이를 당국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공단 등 연기금의 조세회피처 등을 경유한 해외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국내 채권과 주식시장 규모에 비해 연금 운용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대체투자와 해외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세를 목적으로 하는 불법자금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12년 당국에 신고되지 않은 외국 유출 자본 규모가 최대 24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측했다. 이 의원은 “조세회피처에 대한 투자가 위법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해외로 국부가 유출되고 세금이 탈루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과세당국이 실상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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