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가 나자 안전행정부는 1993년 발생한 서해페리호 침몰 사고 백서(白書)를 참고하려 했으나 한 동안 찾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백서를 펴낸 전북도는 백서를 찾아내는 데 이틀이 걸렸다고 한다. 당시 1,000권이나 발행해 각 기관에 배포했는데 도청은 물론 어디에 보관돼있는지조차 몰랐다. 2003년 일어난 대구지하철 참사 백서는 5종류다. 대구시와 대구소방본부, 대구지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서 제각기 만들었다. 비슷한 대형사고가 일어났을 때 어느 백서를 참고해야 할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과거 대형사고 이후 작성된 백서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백서는 사고 발단부터 대응 및 수습, 뒤처리까지를 상세히 기록해 놓은 보고서다. 유사 사고 재발을 예방하고 사고 수습과정에서 시행착오를 막자는 의도에서 발간된다. 하지만 관리 소홀로 백서의 존재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안다 해도 거들떠 보지 않아 발간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정부가 천안함 폭침 때 발간한 백서에는 국가위기 상황 시 범정부 차원의 통합 협조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담겨있다. 천안함 대응에 있어 청와대 내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고 정부 부처간 통합 노력이 부족했다는 문제점이 드러나자 개선책으로 제시된 내용이다. 그러나 백서에서 제시한 대안은 세월호 사고에서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했다. 정부의 위기대응 시스템은 여전히 부실했고 컨트롤 타워도 보이지 않았다. 정부는 백서 만들기에만 급급했지 제기된 문제점과 대책을 실행에 옮기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천안함 백서를 제대로 읽고 한 번만이라도 논의를 했더라면 이번처럼 허둥지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월호 사고 원인 가운데 승선인원 관리 부실, 구명장비 미작동, 기상 악조건에서의 무리한 운항 등은 서해훼리호 백서에 똑같이 지적돼있다.
대형 사고 발생시 유사한 과실을 막기 위해서는 백서를 만들어 공개하는 것뿐 아니라 틈틈이 학습하고 훈련을 해야 한다. 백서를 통합 관리하는 부처를 지정하고 규정을 만들 필요도 있다. 과거의 실패가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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