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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선회 20여분 전 이미 '이상'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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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선회 20여분 전 이미 '이상' 있었다"

입력
2014.04.2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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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비극이 배가 기울기 시작한 16일 오전 8시 49분보다 20여분 먼저 시작됐다는 조타수의 증언이 나왔다. 사실이라면 승객들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그만큼 더 있었는데도 선원들이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지난 19일 구속된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와 3등 항해사 박모(25ㆍ여)씨, 조타수 조모(55)씨를 목포해양경찰서 유치장에서 각각 접견한 강정민 법무법인 영진 변호사는 23일 “20여 분간 배 중심을 잡아주는 밸러스트 탱크(평형수 탱크)를 조정해 선체를 복원하려다 안돼 구조요청을 했다”는 조씨의 말을 전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고 시점은 해양수산부 선박자동식별장치(AIS)에서 세월호가 비정상적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나타난 오전 8시 49분 36초다. 그 직후 배가 균형을 잃어 30도 정도 기울었고, 승무원들은 6분 뒤인 오전 8시 55분에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조난 신고를 했다. 선장과 선원들의 정확한 시간대별 행적은 수사 중이지만 지금까지는 배가 기운 직후 8명의 선원들이 브리지에 모여 평형수 조정 등 배를 복원하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여분간 복구 시도를 하다 안 돼 조난 신고를 했다는 조씨 증언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이상이 생긴 시점은 오전 8시30분쯤이다. 일부 생존 승객들은 “사고가 나기 전에도 배가 기우뚱거려서 불안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호는 전남 신안군 만재도 해역에서 해운조합 제부지부 운항관리실에 선체 이상을 보고하지 않았다. 제주지부 운항관리실 관계자는 “정확한 시간은 밝힐 수 없지만 대략 사고 당일 8시 30분쯤 세월호로부터 ‘이상 없다’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선체 이상 발생 즉시 구조 요청을 하고 승객들을 갑판으로 대피시켰다면 상황은 지금과 달라졌을 수 있다. 승객들을 살릴 수 있었던 시간이 20여 분이나 늘어난다. 하지만 선원들은 선실에 갇혀있던 승객들을 외면한 채, 오전 9시30분 도착한 해경의 보트에 가장 먼저 기관부 선원 7명이 올라탄 것으로 밝혀졌다. 해경 헬기가 세월호를 촬영한 영상에는 유리창 너머 선실 안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승객인 듯한 모습이 보인다. 승객 중에는 스스로 바다로 탈출한 이들, 해경이 선실 유리창을 깨 꺼내준 극소수만 목숨을 건졌다.

이 선장의 증언은 엇갈린다. 강 변호사는 “조씨와는 달리 이 선장은 ‘두 번째 5도 변침 중 오른쪽으로 급격히 기울어 즉시 구조 요청을 하고 배를 세우려 했다’는 등 다른 주장을 폈다”고 말했다.

목포=김창훈기자 chkim@hk.co.kr

제주=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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