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남은 건 오직 당신과의 기억뿐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겠죠. 내게 돌아와줘요. 나는 여전히 믿고 있어요.(Memories all I have for now but no, it’s not over. Come back to me I still believe that.)’
23일 오후 안산 단원고 교정. 텅빈 학교에는 미국 가수 존 레전드의 노래 ‘섬데이(Someday)’가 나지막하게 울리고 있었다. 이 학교 1기 졸업생 권모씨가 ‘후배들이 너무 쓸쓸할까 봐’ 2학년 교실이 있는 3층 복도 구석에 설치한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음악이었다. 음악이 울리는 교정 한편의 나뭇가지에는 기다림을 뜻하는 노란 리본 수십 개가 묶여있었다.
수업 재개를 하루 앞두고 학생들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던 단원고는 힘겹게 세월호 침몰 사고의 아픔을 이겨내는 중이었다. 책상 위의 국화 꽃다발들이 텅 빈 교실을 외롭게 지키고 있었다.
2학년 교실의 복도 벽을 따라 계단, 게시판 등 학교 곳곳에 학생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쪽지들이 빽빽했다.
‘선배로서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이런 것밖에 없어서 우리도 정말 괴로워…, 건강하게 구조돼서 활기차고 예쁜 너희 미소를 다시 보여줘’, ‘언니, 오빠들 우리가 기도하고 있으니까요. 조금만 버텨줘요.’
송호고와 신길고 등 안산 지역 다른 고교 학생들, 광명시에 거주하는 한 남성, 단원고 졸업생의 어머니 등이 한 마음으로 ‘무사히 돌아오라’고 붙인 쪽지들도 보였다. 바닷속에서 추위에 떨고 있을 실종자들을 위해 누군가 교실 창문에 붙여둔 핫팩도 눈에 띄었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시험문제 출제에 한창이어야 할 2학년 교무실도 텅 빈 채 굳게 닫혀 있었다. 문 앞에는 ‘선생님께서 사주신 밥과 커피 잘 먹었습니다. 저도 선생님께 보답해드리고 싶네요. 이 커피 아직 따뜻해요’라는 쪽지와 함께 캔커피 2개가 놓여 있었다.
교내에는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의 전문의, 상담전문인력과 의료지원팀 등이 항시 대기하면서 수시로 학생, 교사를 상대로 일대일 상담을 진행 중이다.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의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 교수는 “학생과 교사들은 누군가를 떠나 보냈다는 상실과 끔찍한 사고라는 두 가지 충격을 겪고 있다”며 “그런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도록 도와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지원팀의 최재형 순천향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교사들의 경우 스트레스가 심한데다 많이 먹지 못하고, 잠을 못 자 과로가 심하다”며 “식사를 잘 못하더라도 물은 잘 챙겨먹고, 몇 시간이라도 잠을 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세월호 사고로 숨진 단원고 학생 25명의 발인식이 안산 시내 11개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24일에도 학생 12명의 발인식이 치러진다.
안산=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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