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부가 22일(현지시간) 동부지역 친러시아 무장시위대 진압을 위한 군사작전을 재개한다고 나섰다. 미국의 묵인 아래 군사작전 재개가 결정됐을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미국이 제네바 합의에 미련을 버렸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이날 러시아인이 공격을 받으면 군사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무력개입 의사를 밝히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의회 의장 겸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성명에서 “치안담당 부서들은 동부지역 주민보호 조치를 다시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군사작전은 반러 성향의 시의원 등 2명이 전날 동부 도네츠크주 슬라뱐스크에서 복면괴한에게 납치된 뒤 익사한 상태로 발견되면서 전격 결정됐다. 투르치노프 권한대행은 “러시아의 지원 아래 이번 범죄가 자행됐다”고 비난했다. 슬라뱐스크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의 무력충돌 끝에 현재 친러 무장시위대가 장악한 상태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군사작전 재개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친 지 몇 시간 만에 발표됐다. AFP통신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군사작전 결정을 미국이 미리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미국이 러시아,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와 함께 17일 4자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긴장완화를 위해 도출한 제네바 합의에 큰 미련이 없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러시아를 향한 미국의 군사압박 정도가 심해지는 것도 미국이 러시아의 제네바 합의 이행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분석하는 이유다. 미국 국방부는 22일 정례 합동 훈련과 우크라이나 사태 대비를 위해 폴란드에 150명, 발트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에 450명의 병력을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유럽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미국의 약속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라며 러시아를 자극했다.
지난 10일 도널드쿡 구축함을 흑해에 파견한 미국은 이날 지중해에 머물던 테일러 호위함도 흑해에 증파했다. 도널드쿡함은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함정들과 합동훈련 등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바이든 부통령도 22일 키예프에서 가진 방문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를 몰아세웠다. 그는 “(러시아가) 말은 그만하고 행동을 할 때”라며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의 군부대 철수와 친러 무장시위대 지원 중단 등의 조치가 없을 시 추가 경제 제재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우크라이나에는 정치ㆍ개혁 지원 명목으로 5,000만달러(약 520억원) 추가 지원을 약속하며 러시아를 대하는 태도와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전날에 이어 22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제네바 합의 이행에 눈에 띄는 진전이 없으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그러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TV방송인 ‘러시아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합법적 이해와 러시아인의 이해가 직접적으로 공격을 받으면 국제법에 따라 군사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러시아군은 이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을 절대 침범하지 않겠다던 러시아의 기존 입장을 깨고 무력개입 의사를 밝힌 것이다.
실제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러시아인의 이해가 침범 당한 경우로 지난 2008년 남오세티야 사태를 들었다. 러시아는 당시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가 분리ㆍ독립을 추구하는 조지아 내 자치공화국 남오세티야에 군사공격을 가하자 현지 거주 러시아인 보호를 명분으로 전면전에 돌입한 바 있다.
한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우크라이나 사태 긴장완화를 위한 제네바 합의 이행을 감독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파견한 감시단 규모를 5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파견 인원은 약 150명 수준이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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