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하드 록 역사의 정점을 찍은 것으로 평가 받는 그룹 노이즈가든이 공식 데뷔 20주년을 맞아 다시 뭉친다. 2009년 공식 해체 후 5년 만에 내달 24일 서울 서교동 V홀에서 공연한다. 앞서 한동안 절판 상태였던 두 장의 앨범 1집 ‘노이즈가든’(1996)과 2집 ‘…벗 낫 리스트’(1999)도 새롭게 리마스터링해 이달 29일 내놓는다.
4인조로 활동했던 노이즈가든 멤버 중 음악 활동을 계속 해나가는 이는 사실상 윤병주 한 명뿐이다. 강력한 중저음의 목소리를 뿜어내던 박건(보컬)은 2009년 캐나다로 이민 갔고, 드러머 박경원은 음악을 그만뒀다. 베이시스트 이상문은 안타깝게 10여년 전 세상을 떠났다. 이번 20주년 기념 공연에는 원래 멤버 중 윤병주와 박건만 무대에 오르고 베이스와 드럼은 객원 연주자를 기용할 예정이다.
23일 만난 윤병주(43)는 “박건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재결성은 힘들다”며 “잠깐 귀국해 있을 때만 공연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독 콘서트와 록 페스티벌 딱 두 번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부터 블루스 록 밴드 ‘로다운 30’를 이끌고 있는 그는 노이즈가든 공연을 마치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 새 앨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앨범 재발매는 윤병주의 20년 지기이자 노이즈가든의 오랜 팬인 강명수 나바론레코드 대표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노이즈가든의 데뷔 20주년을 축하하는 뜻으로 밴드가 발표했던 두 앨범은 물론 1994년 카세트 테이프로 소량 발매했던 데모 EP(미니앨범)와 각종 편집음반 수록곡, 라이브 콘서트 음원을 담은 음반을 하나의 세트로 묶었다.
노이즈가든의 정규 데뷔 앨범은 국내 록 음악사에 남을 명반으로 꼽힌다. 레드 제플린의 영향을 받은 블루스 하드 록, 블랙 새버스 풍의 육중한 하드 록, 댄지그처럼 어두운 얼터너티브 메탈, 사운드가든과 앨리스 인 체인스의 거친 그런지 록이 한 몸이 된 보기 드문 작품이었다. 영화감독 겸 대중음악평론가인 조원희는 “가장 대안적인 동시에 또한 가장 교과서적인 록 음악”이라고 평했다.
1집 발매 당시 스물다섯 살이었던 윤병주는 “첫 번째 앨범을 녹음할 땐 다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도 ‘이걸로 다 죽여버리자’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었다”며 “해외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앨범, 누군가를 따라 했다는 말은 듣지 않을 앨범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했다.
1992년 결성한 노이즈가든은 2년 뒤 ‘톰보이록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1집은 반응이 폭발적이었지만 2집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윤병주는 “묵직한 사운드와 헤비메탈적인 요소 같은 자극적인 면에 열광하는 느낌이 들어 2집에선 그런 요소를 일부러 뺐더니 아니나 다를까 별 반응이 없었다”며 “팬들에 대한 약간의 회의도 있었고 우리 역시 초심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밴드를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20년 전의 앨범을 들으며 그는 과거와 현재의 자신을 비교했다고 했다.“로다운 30의 음악이 노이즈가든 시절과 많이 다르긴 하지만 음악을 만드는 방식은 별로 바뀐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음악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예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죠. 노이즈가든은 제 20대를 바친 밴드입니다. 저 스스로 대단한 밴드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남들과 다른 뭔가를 남긴 밴드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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