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오스트리아 빈의 오페라 평론지 노이에 메르커에 실린 빈 국립오페라극장의 ‘라 보엠’ 공연 리뷰는 로돌포를 연기한 동양인 테너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다. 세계 최정상급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빈 국립오페라의 모든 공연을 비평하는 노이에 메르커는 리뷰 한 줄이 성악가들의 다음 캐스팅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영향력이 큰 매체다. 당시 이 잡지가 미미를 맡은 세계 정상의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를 뒤로하고, 먼저 주목한 테너는 한국의 강요셉(36)씨였다. ‘공연 시작 5분 전에 극장에 도착한 대역 가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완벽한 무대였다’는 게 리뷰의 골자였다.

23일 만난 강씨는 음악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그 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 중인 그는 24~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 역을 맡아 일시 귀국했다. 24일 열리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현대음악 연주회 아르스 노바와 29일 국립합창단 ‘사도바울’ 무대에도 선다. “일정을 펑크 낸 비토리오 그리골로 대신 출연할 수 있느냐는 극장의 전화를 공연 당일 오후 3시에 받고 바로 수락해 베를린에서 오후 5시에 빈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죠. 극장에 도착한 게 공연 5분전이었어요. 동선은커녕 연출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이 ‘테너가 도착했다’는 안내방송과 함께 바로 무대에 투입됐죠.”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법. 결과적으로 그는 이 공연의 호평으로 빈 국립오페라의 정식 제안을 받고 2014ㆍ2015년 ‘라 보엠’에 출연하게 되는 등 세계 각지 유명 오페라극장의 초청을 잇따라 받고 있다. “대타로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 행운이지만 좋은 결과물을 얻어내는 것은 잘 준비돼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한국 성악가는 실력만큼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데 아무래도 외국에서는 활동의 제약이 있어요. 그래서 어떤 상황이든 일단 기회가 주어지면 후회가 남지 않도록 충분히 살릴 수 있어야 해요.”
강씨는 2003년부터 전속 가수로 활동해 온 베를린 도이치오페라극장에서 지난해 8월 독립했다.“객석에서 쏟아져 나오는 ‘브라보’ 소리에 전기가 통하는 듯한 큰 희열을 느낀다”는 그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코벤트가든),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극장을 비롯한 다양한 무대에 서고 싶어서”라고 독립 이유를 밝혔다. 벌써 하나 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빈 국립오페라뿐 아니라 2016년 함부르크 오페라극장의 시즌 첫 공연 ‘윌리엄 텔’에도 캐스팅됐고 뮌헨 국립오페라 출연과 겹쳐 일정을 미뤄 뒀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출연도 예정돼 있다.
지금은 스스로 “독기와 자신감”을 무기로 꼽지만 충남 예산의 시골 마을에서 자란 그는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교사를 꿈꾸던 평범한 음악교육과 학생이었다. 비오티(2000), 벨베데레(2001), 모차르트(2002) 국제 콩쿠르 등에서 입상하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쾰른 오페라극장에서 일주일에 3회씩 어린이 오페라에 출연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유학 초기에 악바리 근성을 배웠다. 그는 “유학생활을 통해 주눅들고 억눌렸던 게 풀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 그는 “나는 아직도 학생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단지 노래를 잘한다거나 연기를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성악가가 아닌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처럼 무대에서 빛을 뿜어내는 성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공연을 연구하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서는 걸 즐기고 누릴 수 있는 수준까지 빨리 올라 가야죠.”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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