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금융당국 CEO 퇴출 압박... 법정에선 안 먹혔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금융당국 CEO 퇴출 압박... 법정에선 안 먹혔다

입력
2014.04.23 17:10
0 0

금융당국이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퇴진을 압박하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일고 있지만 정작 법정은 이런 논란 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감독권을 남용하며 민간금융사의 지배권을 행사하려 든다는 것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동창 전 KB금융 부사장이 제기한 ‘ISS 비공개정보 유출 건’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징계 효력정지 신청이 최근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이 건은 2012년 KB금융지주의 ING생명보험 인수가 이사회의 반대로 좌절되자 미국 주총안건 분석기관인 ISS에 “이경재 이사회의장 등 일부 사외이사가 KB금융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미공개 정보를 건넸다는 내용이다. 이 일로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과 박 전 부사장이 각각 경징계(주의적경고)와 중징계(감봉)를 받았다. 박 전 부사장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징계요구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냈으며 현재 징계 취소 소송까지 진행 중이다. 적법한 정보제공이었는데 금감원이 짜맞추기식 검사로 제재해 부당한 징계를 내렸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소송에서 쓴 맛을 본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금감원 검사로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고 2009년 1월 중도 퇴진한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도 지난해 최종 승소했다. 황 전 회장은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04년 3월부터 2007년 3월 동안 무리한 투자로 1조원대의 손실을 냈다며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책임 없는 투자손실에 대한 징계는 부당하다”며 황 전 회장은 2011년 3월 금융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결국 재판부는 “행장으로 재직중이던 시절에는 이런 처분을 내릴 법률 근거가 없었다”며 황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김종준 행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도 비슷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중징계는 해당 CEO의 재취업 금지에 대해서만 강제력을 갖지 해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정권교체 후 징계나 금융당국의 검사가 들어가면 해당 금융사 CEO는 물러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퇴진했지만 김 행장은 이 금기를 깨 이런 사단이 발생한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승소는 했지만 황 전 회장도 징계후 퇴진했고,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도 2010년 카자흐스탄 BCC은행 투자 손실과 관련해서 중징계가 예상되자 임기를 3개월 남기고 스스로 물러났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였던 지난해 6월 이장호 전 BS금융 회장도 퇴진압박에 스스로 물러났다.

이런 CEO 중도퇴진을 의미하는 금융당국의 신호는 주로 정부의 영향력이 직접적으로 미치지 않거나 강력한 대주주가 없는 금융회사에 집중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실제 정부가 지분을 보유중인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징계 등으로 CEO가 퇴진한 적은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리를 비켜달라는 신호를 김 행장이 무시한 케이스라 이례적으로 금융당국이 퇴진을 압박하는 꼴이 됐다”며 “문제가 되는 CEO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퇴진을 유도해야겠지만 금융당국의 의도로 민간 금융사 CEO를 교체하는 행태는 반드시 바뀌어야 할 대표적인 관치금융”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