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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재난 유가족들 그리움·죄의식·회의… 반복하다 스스로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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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재난 유가족들 그리움·죄의식·회의… 반복하다 스스로 고립"

입력
2014.04.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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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재난사고 사망자 유가족들은 사고 이후 희생자에 대한 그리움, 회상, 죄의식, 회의 등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이런 감정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살던 집을 떠나는 등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세월호 침몰 사고 유가족들에게도 체계적인 정신보건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선영 루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2003년 2월 발생한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 유가족 11명을 심층면접한 뒤 발표한 ‘대형재난사고 유가족의 생활경험 연구’(2011)에 따르면 유가족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심리는 4가지로 구분된다.

연구에 따르면 유가족들은 “거리에서 머리가 긴 우리 애와 비슷한 뒷모습만 봐도 미칠 것 같다”는 식으로 ‘그리움’을 표현한다. 이어 이들은 “아이들이 잘 자라고 심성도 좋아 항상 감사하게 생각했다”며 희생자가 자신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 ‘회상’한다.

또 “강하게 키운다고 옷도 거의 얻어 입혔고, 음식도 1년에 짜장면 몇 번 안 사줬다”며 잘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좀더 심해지면 죄의식을 갖게 된다. 이들은 “‘뭔 죄를 지었길래 저런 일을 당하느냐’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 같다”는 식으로 ‘죄의식’을 표현한다. 이런 감정은 삶에 대한 ‘회의’로 결합되는데 유가족들은 “‘내 인생은 끝났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거나 “(앞으로의 생은) 죽은 목숨과 똑같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

유가족들은 사회생활로 돌아와서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허망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임에서 즐거운 이야기, 가족이야기 등이 나오면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고, 지하철 이야기만 나와도 신경을 곤두세우는 등 이전과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혹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더라도 집에 오면 ‘모든 것이 허망하고 부질없다’는 생각에 시달린다. 행동에서는 회피가 두드러진다. 아는 사람과 마주치기 싫다는 생각에 골목 입구에 사람이 있으면 그곳을 피해 다니거나, “맑은 날보다 사람들이 밖에 나올 것 같지 않은 ‘비 오고 어두운 날’들이 좋다”고 말하는 유가족도 있었다.

이선영 교수는 “대형재난 이후 당사자나 유가족에게 물질적 서비스 제공 뿐 아니라 외상후스트레스장애증후군에 대처할 수 있는 정신보건 재난대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고책임자의 책임회피, 보상규모 축소 등은 약자인 당사자와 유가족에 두 번의 상처를 주므로 국가는 최대한 유가족의 입장에서 재난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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