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수입 고가 브랜드를 판매하는 패션업체 A사는 요즘 ‘짝퉁’(모조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패션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알아볼 만한 새로운 브랜드들을 들여와 판매하는 데, 시중에 내놓자 마자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짝퉁상품들이 온라인에 바로 풀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제지할 방법도 없다. A사 관계자는 “의류의 경우 가방과 달리 정품 여부를 알기 어렵고 유행하는 기간도 짧기 때문에 고객들이 짝퉁에 유혹을 느끼기 쉽다”며 “대처를 하자니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데 짝퉁업자는 이미 판매를 끝내버리는 경우가 많아 이를 제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입 고가브랜드를 모방하는 짝퉁의 범위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1세대 짝통은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등 전통의 명품브랜드가 대부분이었으며, 품목도 가방이 90% 이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신흥명품으로 불리며 백화점 등에서 최고 인기제품으로 떠오른 ‘컨템포러리’브랜드들의 짝퉁이 동대문시장과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가방 외에 의류가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전지현이 입고 나왔던 프랑스 패션 브랜드 지방시의 밤비 반팔 티셔츠의 정가는 93만원. 하지만 온라인 몰과 오픈마켓에는 ‘천송이 밤비 티셔츠’, ‘지방시 st 밤비 반팔티’등 짝퉁 제품이 2만원대에 100여개 이상 올라와 있다. 전지현이 또 다른 장면에서 입었던 셀린느의 코트도 정가는 400만원이지만 같은 디자인의 짝퉁 코트 상품은 10만원 안팎에 구입할 수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 판매하는 스웨덴 브랜드 아크네 스튜디오의 반팔 티셔츠는 20만~30만원대에 팔리지만 똑 같은 디자인의 짝퉁 제품들은 2만~3만원대이다. 지난 해 윤아와 수지 등 인기 여자 아이돌 스타들이 주로 입고 나왔던 프랑스 패션 브랜드 겐조의 ‘타이거 스웻셔츠’도 정가는 40만원 이상이지만 2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삼성 에버랜드 패션부문이 판매하는 일본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의 패션 브랜드 꼼데가르송 플레이 라인도 아이돌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이 주로 입어 입소문을 타면서 하트모양의 로고를 넣은 짝퉁 제품들이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수입 브랜드는 아니지만 FnC코오롱의 국내 여성복 브랜드 ‘럭키슈에뜨’도 특유의 줄무늬와 부엉이 로고가 인기를 끌면서 이를 모방한 제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앞서 올 초에는 고가 패딩 열풍이 불면서 몽클레어, 캐나다구스 등의 디자인과 상표를 그대로 베껴 정가의 10~20%수준에 판매한 동대문 판매자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문제는 짝퉁이 풀리면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방증도 되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다. 업계 관계자는 “컨템포러리 브랜드 제품은 수입되는 양도 많지 않고, 소수만 입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인데 짝퉁이 나돌게 되면 실제 구매고객들이 제품 구매를 꺼려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짝퉁은 또 정부가 추진하는 병행수입 활성화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짝퉁이 나돌게 되면 병행수입 제품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하지 못하게 된다"며 "단지 브랜드 보호차원을 넘어 병행수입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짝퉁문화는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