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바퀴가 접혀 들어가는 공간에 숨어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하와이로 날아갔던 15세 미국 소년이 아프리카 소말리아에 사는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목숨을 건 비행을 감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22일 AP통신과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현재 하와이 소재 한 병원에 입원해 회복 중인 이 소년은 4년 전 아버지와 함께 소말리아에서 미 캘리포니아 샌타클라라로 이주했고 어머니는 소말리아에 홀로 남겨졌다.
샌타클라라 고교에 재학 중이던 소년은 20일 아버지와 말다툼 끝에 집을 나왔고 곧바로 어머니를 만나러 소말리아로 가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새너제이 공항 울타리를 뛰어넘었다. 소년은 비행기 행선지도 살피지 않은 채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하와이 마우이 공항행 보잉 767기의 바퀴가 들어가는 랜딩기어 윗부분으로 기어올라 숨었다.
더 마우이 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소년은 태평양을 지나 하와이에 다다르기까지 약 1만1,500m 상공에서 5시간 동안 영하 62도까지 떨어지는 추위와 싸웠고 산소 부족을 겪었다. 소년은 놀랍게도 인체가 견딜 수 없는 이러한 공간에서 심장박동을 제외한 신체활동이 멈추는 일종의 ‘동면상태’에 빠져들어 생존할 수 있었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미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1947년 이후 105명이 소년처럼 항공기 바퀴에 숨어 비행했지만, 이들의 생존율은 24%(생존자 25명)에 그쳤다.
한편 미국에선 “만약 소년이 아닌 테러범이 폭탄을 가지고 비행기에 숨어들었다면 어쩔 뻔 했느냐”며 공항 당국의 허술한 보안관리를 질책하는 목소리가 높다. CNN은 공항의 외부경계는 지역 경찰이 공항이나 미 교통안정청(TSA)과 나눠 담당하고 있어 이 같은 ‘보안 누수’가 생길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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