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안전 관련법 늑장 처리로 세월호 사고를 방조했다는 비판(본보 22일자 12면)이 쏟아졌기 때문일까. 정치권이 뒤늦게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여야 모두 ‘학생 안전의 날’ 제정,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 방지법 등 국회에 계류된 채 방치됐던 관련 법안 처리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참사로 일시적으로 높아진 여론에 편승, 여야 모두 경쟁적으로 ‘보여 주기’ 법안 처리에 나서면서 졸속 처리에 따른 후유증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 김희정 위원장은 23일 “학생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여야 이견 없이 ‘학생 안전의 날’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회는 당초 지난해 공주사대부고 학생 23명이 희생된 ‘해병대 캠프 참사’발생일(7월18일)을 ‘청소년의 날’로 제정할 계획이었으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명칭을 ‘학생안전의 날’로 바꾸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 날짜는 추후 협의로 정하기로 했다. 법안 소위는 또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수학여행이나 수련활동 등 체험 교육을 실시할 경우 학교장이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사전에 시설 관리 실태 등을 확인토록 하는 내용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도 여객선 운항 선령(船齡)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은 “2013년말 기준 2,000톤급 이상 대형 여객선은 모두 17척이며, 이들 중 11척은 평균 선령이 22년에 달하는 해외 중고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법상 최대 30년까지 운항할 수 있도록 한 것을 20년으로 단축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참사 원인으로 꼽히는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등 퇴직 관료의 유관 민간기관 취업을 봉쇄하는 ‘공직자 윤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이번 주 내 발의할 계획이다. 원전 비리나 저축은행 사태 등을 통해서도 퇴직 관료가 업계 로비를 맡는 관행이 허술 감사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 범위를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출자ㆍ출연ㆍ보조를 받는 모든 기관이나 단체로 대폭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도 선박 사고 시 적극적으로 승객을 구조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유발한 선장을 10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토록 하는 선원법 개정안을 22일 발의했다. 현행법은 5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일시적 분위기에 편승, 정쟁으로 묵혔던 법안들을 한꺼번에 토론 테이블에 올려 놓은 만큼 졸속 처리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산대 김용철 정외과 교수는 “뒤늦긴 했지만, 향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의원들의 활발한 입법 활동은 매우 당연하고 환영할만한 일”이라면서도 “입법 후 또 다른 땜질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내용을 꼼꼼히 살피고 부작용 등을 충분히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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