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7ㆍLA 다저스)은 23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전 선발 등판 직전에 세월호 침몰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했다. 다저스타디움 장내 아나운서는 미국 국가 연주에 앞서 “한국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을 추도하자”고 말했다. 약 1분 동안 3만여 관중과 양 팀 선수단이 고개를 숙였다.
숙연한 표정으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수 차례 위기에도 6이닝 9안타 2볼넷 2실점으로 호투했다. 올해 여섯 차례 마운드에 올라 4번째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였다. 1회를 제외한 모든 이닝에 주자를 내보냈지만 실점을 최소화하는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류현진은 그러나 1-2로 뒤진 7회초에 교체되면서 홈 첫 승 및 시즌 4승 사냥에는 실패했다. 총 투구 수는 106개, 최고 시속 148㎞를 찍었다. 또 5회초 2실점으로 지난 12일 애리조나전부터 이어진 무실점 행진이 18이닝에서 끝났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1.93에서 2.12로 올라갔다. 다저스는 7회말 대타 저스틴 터너의 동점 적시타로 2-2 균형을 맞췄지만 연장 10회초에 결승점을 내줘 2-3으로 패했다.
꾸준한 ‘괴물’, 위기관리 능력 굿
4일 휴식 후 등판한 류현진의 구위는 5일 휴식 때보다 위력이 떨어졌다. 직구 최고 시속이 150㎞를 한번도 넘지 못했다. 올시즌 가장 많은 9개의 안타를 얻어맞고 주춤했지만 류현진은 위기관리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3회초 첫 번째 위기가 닥쳤다. 무사 1ㆍ2루 상황. 류현진은 그러나 2번 지미 롤린스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3번 말론 비어드를 체인지업으로 병살타 처리했다.
류현진은 4회초에도 1사 후 5번 카를로스 루이스에게 3루타를 허용하고 6번 도모닉 브라운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7번 제이슨 닉스와 8번 프레디 글레비스를 슬라이더로 잇따라 땅볼 처리해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류현진은 위기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적절히 섞어 던져 쉽게 무너지지 않는 수준급 투수의 면모를 뽐냈다.
실점 빌미 상대 투수에 3안타 허용
내셔널리그는 투수가 타석에 들어선다. 타격이 서투른 투수들은 쉽게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 대상이지만 반대로 안타를 맞으면 그 충격은 배가 된다. 이날 류현진이 그랬다. 상대 선발 A.J. 버넷(37)에게 3안타를 맞았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투수한테 멀티 히트를 허용했고, 버넷은 생애 첫 한 경기 3안타를 쳤다.
5회에 실점한 장면 역시 빌미는 버넷의 안타였다. 선두 타자로 나간 버넷은 류현진의 시속 143㎞짜리 직구를 잡아 당겨 좌전 안타를 만들었다. 씁쓸한 웃음을 지은 류현진은 1번 벤 리비어에게도 안타를 허용했다. 2번 롤린스를 좌익수 뜬 공으로 잡고 한숨을 돌리는 듯 했으나 3번 비어드에게 2루타를 내줘 첫 실점을 했고, 계속된 1사 2ㆍ3루에서 4번 라이언 하워드의 희생 플라이로 추가 실점을 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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