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세월호 선사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비리 수사에 착수하며 유씨가 이끄는 종교단체를 정조준하고 있다. 세칭 구원파로 불리는 ‘기독교복음침례회’를 유씨의 자금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23일 검찰이 유씨의 자택 및 일가의 관계사와 함께 구원파 서울교회를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원파는 1960년대 유씨의 장인인 권신찬씨가 설립했으며 유씨는 장인 사후 구원파를 이끄는 실질적 리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도는 2만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으며 세모그룹 계열사 임원은 물론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 상당수도 구원파 신도로 전해졌다. 구원파라는 명칭은 “구원을 받아야 한다”며 종말론을 강조하는 교리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대한예수교장로회는 1983년 구원파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검찰은 일단 유씨 일가의 관계사와 구원파의 빈번한 자금과 담보 거래에 주목하고 있다. 구원파는 유씨의 장남인 대균씨가 최대주주(20%)인 트라이곤코리아에 258억원을 장기 대여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유씨 일가가 최대주주인 소시지 가공업체 에그앤씨드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원파 안성교회의 소재지인 경기 안성시 상삼리 ‘금수원’도 에그앤씨드에 보유 토지를 제공하고 있다. 구원파는 ‘청초밭영농조합’이라는 영농법인 소유의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및 표선면 일대 약300만평의 목장을 담보로 600여억원을 대출받는 등 교차 자금거래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씨와 구원파의 자금거래는 세모그룹 설립 초창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씨는 구원파 신도의 헌금을 기반으로 79년 그룹의 모태인 ㈜세모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87년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되는데 당시 혐의도 구원파 신도들의 헌금 11억원을 빼돌렸다는 것이었다. 그는 91년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돼 4년간 복역했다.
오대양 사건 당시 검찰은 집단자살을 주도한 ‘오대양교’의 교주 박순자씨를 구원파의 열혈 신도로 보고 구원파 연관성에 집중했지만 끝내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170억원의 사채에 시달리다 잠적한 박씨가 ‘구원파 혹은 유씨에게 헌금하기 위해 사채를 쓰다 이를 갚지 못해 자살에 이른 것 아니냐’고 의심했지만 수사는 ‘자의에 의한 집단 자살’로 결론났다.
이날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구원파 서울교회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의 6층짜리 주상복합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다. 2층 교회당 외에 건물 지하층과 1층, 3~6층의 소형 아파트 십여 채가 구원파 소유로 알려져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구원파 예배가 있는 수요일이나 주말에는 신도들과 차량이 몰려 일대가 북새통을 이룬다고 한다. 주민들은 “교인들이 세모그룹 상품으로 다단계 판매도 한다”면서 구원파를 “사이비 종교”라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구원파 교회 건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일반 교회와 큰 차이는 없지만 목사가 직접 설교를 하지 않고 대형 스크린에 설교 장면을 틀어 놓고 예배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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