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진해운이 운항하는 오하마나호도 일본에서 수입 후 여객 정원과 컨테이너 적재량을 크게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오하마나호에서 일했던 한 갑판수는 “운항 시 이상할 정도로 흔들렸고, 오래 된 배라 불안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청해진해운이 수익을 높이기 위해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선박의 시설 증설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23일 청해진해운 등에 따르면 오하마나호는 2003년 3월 국내 첫 취항 당시 여객 정원이 695명이었지만 이후 좌석 증설 공사 등을 거쳐 정원이 937명으로 늘어났다. 당시 차량 적재 한도는 승용차 63대, 8톤 트럭 42대에서 승용차 50대, 5톤 트럭 40대로 줄었지만 무게가 많이 나가는 컨테이너는 109개에서 180개로 크게 늘었다.
6,322톤급 오하마나호는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6,825톤급)처럼 인천~제주 항로를 오갔으며 선령(船齡)은 25년으로 세월호(20년)보다 더 오래됐다.
청해진해운은 1989년 일본에서 건조돼 아케보노호라는 이름으로 운항하던 오하마나호를 마루에이페리로부터 사들여 취항시킨 후 1, 2차례 시설 증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루에이페리는 지난해 세월호를 청해진해운에 매각한 업체다.
이에 대해 약 5개월간 오하마나호에서 갑판수로 일한 김모(47)씨는 “오하마나호는 너무 낡아 한번 운항하고 나면 기름칠부터 손 볼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며 “파도가 거센 인천~제주 항로를 왔다 갔다 하는데 사고가 없었다는 게 이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1994년 건조된 세월호 역시 2012년 10월 수입 직후 전남 영암 C조선소에서 객실을 증축했다. 증축으로 여객 정원이 804명에서 921명으로 늘었고 최대 적재 화물량은 2,500톤에서 1,070톤으로 줄었다. 그런데도 수익을 위해 한도의 2배 가까운 화물을 실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평형수를 조금만 실어 이번 침몰사고를 유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수사 중인 검찰과 해양경찰 합동수사본부는 객실 증축이 침몰에 영향을 줬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선박 구조 변경을 승인하는 한국선급(KR) 관계자는 “청해진해운이 오하마나호의 좌석 등을 증설한 뒤 여객 정원 등을 늘려달라고 요청해 승인한 사실이 있다”며 “객실 증축 등 직접적인 구조 변경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좌석 증설만으로 여객 정원과 컨테이너 적재한도를 늘린 것은 납득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날 전국 주요 여객항만 소재지를 관할하는 각급 검찰청에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 등 유관기관과 함께 선박안전관리 긴급점검을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여객ㆍ화물 관리, 화물 적재 및 초과 적재 여부 확인, 기상 등 항로 상황정보 제공, 출항 전 점검보고서 작성 등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검찰은 법규 위반이 드러나면 기관별로 시정 조치하도록 하고 형벌법규를 위반한 경우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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