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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기획땐 시큰둥했던 학계, 이젠 인문학 책 쓰라고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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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기획땐 시큰둥했던 학계, 이젠 인문학 책 쓰라고 격려"

입력
2014.04.2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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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익/2014-04-23(한국일보)
장대익/2014-04-23(한국일보)

최근 들어 인문학자들이 마주한 가장 큰 숙제는 많은 논문을 쓰거나, 학계에서 인정을 받는 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인문학으로 대중과 학계를 잇는 단단한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느냐는 것이다. 이른바 대중인문학이 읽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철학자인 장대익(43)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가 2005년 동ㆍ서양 사상가들의 상호작용을 촘촘하면서 재미있게 시리즈로 엮어내는 ‘지식인마을’ 프로젝트를 기획할 당시만 해도 대중을 겨냥한 학자들의 움직임은 간단치 않았다.

장 교수는 23일 ‘지식인마을’(김영사 발행) 40권 완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인문학자 33명이 다윈에서 함석현에 이르는 인류 최고 지성 77명의 발자취를 대화와 논쟁 형식으로 재현한 ‘지식인마을’ 시리즈를 처음 기획할 때만 해도 학계의 권위를 중시하는 학자들로부터 이런 책을 왜 쓰냐는 쓴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시리즈를 마칠 때가 되니 세상과 문화가 바뀌어서 이제 학계가 대중과 소통하는 출판을, 그리고 쉽지만 명징(明徵)한 인문학 책을 쓰길 격려한다”고 덧붙였다.

‘지식인마을’시리즈는 찰스 다윈과 윌리엄 페일리의 논쟁으로 엮은 1권 진화론도 진화한다 (장대익 지음)처럼 기획에 참여한 저자 한 명이 학문적 인연을 공유하는 학자들을 짝지어 소개하는 책들로 이뤄졌다. 2006년에 1권부터 15권이 한꺼번에 출간된 후 순차적으로 나머지 24권이 8년여에 걸쳐 나왔다. 최근 출간된 40번째 책은 장 교수가 ‘지식인마을’을 독자들이 제대로 탐구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한 일종의 가이드북으로 제목은 지식인마을에 가다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심정으로 학자들이 뭉쳐 만들어온 시리즈입니다. 10년 전 젊은 지식인 사회에선 고민이 많았습니다. 국내 박사들이 입시시장에 발을 담그는 등 제대로 대중과 섞이는 장이 없어 아쉬웠죠. 사회에는 정해진 관문만 넘어서면 호기심을 잃어버리는 이른바 ‘문턱 증후군’이 만연했어요. 이를 감히 치료해보겠단 생각으로 김영사와 뜻을 함께해 시작한 기획이죠.”

시리즈의 이름인 ‘지식인마을’에서 알 수 있듯이 각 책에 등장하는 학자들은 하나의 가상 마을에 함께 거주하는 주민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가운데 학문의 큰 줄기를 이룬 다윈과 플라톤을 촌장으로 정한 후 이들로부터 뻗어 간 촘스키, 아인슈타인 등이 소위 일꾼마을을 이룬다는 게 시리즈의 큰 그림이다. 그래서 각 권은 독립적인 단행본이기도 하지만 시리즈로 묶일 때 인문학의 거대한 둥치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스케일이 커진다. “두 지식인을 짝지어 책을 쓰는 형식은 다른 나라에서도 찾기 어려운 시도입니다. 지식은 한 사람의 천재가 완성하는 게 아니라 네트워크로 이뤄진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죠. 그래서 학문의 통섭을 보여주는 부분도 있어요. 예를 들어 데카르트는 철학자로, 그리고 뉴턴이 정말 넘어서고 싶었던 물리학자로 두 권의 책에 겹쳐서 등장해요.”

장 교수의 첫 의도는 50권에 100여명의 학자들을 묶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을 쓸 국내 전공자를 찾기 어렵거나 원고가 적절치 않아 빠진 경우가 있어 시리즈의 규모는 약간 줄었다. “기획하며 원로들로부터 자문을 구하면서 지식인 100인을 선정했어요. 권당 예비저자를 2~3명으로 압축한 후 분주히 다니며 책을 써달라 요청했어요. 놀랍게도 대부분 저자가 기획취지에 공감해 거절하지 않았죠. 강신주 박사도 3권 유교의 변신은 무죄라는 책으로 공자와 맹자를 다뤄 대중의 인기를 얻는 계기가 됐습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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