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이레째인 22일 민관군 수색팀은 4층 우현 격실 유리창을 깨고 시신을 수습했다. 단원고 여학생들이 투숙했던 곳이어서 확인된 사망자도 여학생들이 많았다.
세월호 바로 위에 떠 있는 바지선 ‘2003금호’에서 입수한 잠수사들은 이날 4층 우현쪽 2등 객실(패밀리룸)에 달린 창문 10여개(가로 1mㆍ세로 90cm)를 모두 깨고 창문으로 상반신을 집어 넣어 격실 내부에서 시신을 한 구씩 끌어올렸다. 수색팀 관계자는 “대부분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 위쪽인 창문에 시신들이 떠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색팀은 4층 2등 객실에 있는 시신을 전부 수습한 뒤 복도 쪽에 달린 미는 문 2개를 열고 통로와 중앙 격실로 수색범위를 확대했다. 4층은 우현 격실(폭 5m)과 중앙 격실(7m), 좌현 격실(5m)로 이뤄져 있으며, 각 격실 사이엔 폭 1m의 통로가 있다. 수색팀은 사고 당시 좌현이 먼저 기울어 탑승객 대부분이 우현 쪽에 몰려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색팀은 시신이 보이는 창문을 먼저 깨고 시신을 인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3층 선미 부분은 대부분 탈출에 성공한 승무원들이 사용하던 격실로, 수색팀은 이 곳을 수색 우선 순위에서 제외했다. 5층 후미 부분도 귀빈실로 평소 문이 잠겨 있어 탑승객이 없을 것으로 수색팀은 보고 있다.
좌현 격실까지 진입하는 데는 시간이 좀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현와 중앙 격실에 시신이 많아 이를 수습하는데 시간이 걸린데다, 시계가 불량하고 담요 등 부유물이 많아 작전 진행이 원활치 않다. 거센 조류로 매일 미세하게 선체가 이동하는 것도 잠수사들에게는 큰 장애물이다. 수색팀 관계자는 “물에 떠다니는 물체가 코앞에 도달할 때쯤에야 육안으로 확인되는 상황이라 상당히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체 내부로 깊이 진입할수록 교대 잠수사들간 정보 공유마저 쉽지 않다. 현재 잠수사들의 1회 평균 작전시간은 25분. 하지만 수심 30m 정도에서 작업을 마친 잠수사들은 바지선에 돌아온 후 제대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어렵다.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앞서 들어간 잠수사가 부유물 및 시신의 위치를 상세히 전달해야 하면 그만큼 구조활동이 원활해지는데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세밀한 상황일지 작성조차 잘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인력을 총동원해 창문을 다 깨 진입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시신이 한꺼번에 떠올라 유실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방 하나를 수색한 뒤 문을 열고 복도를 수색하는 작업이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이날 구조 작업은 0.5m 안팎의 잔잔한 파도와 1.5노트 가량의 조류 속에서 무리 없이 시작됐다. 해경(90척), 해군(35척) 등 함정과 민간어선 239척, 항공기 37대, 잠수사 등 구조대원 755명이 투입됐고, 원격조종 무인잠수정(Remotely-Operated Vehicle·ROV) 2대와 일명 ‘게 로봇’으로 불리는 다관절 해저 로봇(크랩스터) 등 장비들도 동원됐다. 하루 4번의 정조시간 중에서도 썰물에서 밀물로 바뀌는 오전 5시~오전 8시, 오후 5시~오후 7시가 부유물이 적어 새벽과 밤에 시신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오후 인양된 시신을 실은 해경 경비항이 입항하는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부둣가인근 경계는 더욱 삼엄해졌다. 해경은 시신이 운구되는 부두 진입로 좌우 30m 밖부터 주변 외곽으로 ‘이 선을 넘지 마시오’라고 적힌 노란 펜스를 설치했다. 주차장 쪽엔 경찰의 방송조명 차량과 소방당국의 크레인 차량과 구급차로 차벽이 생겼다. 시신이 선착장에서 신원확인소로 들어가는 70여m 사이에 사진촬영에 노출된다는 지적에 따라 뒤늦게 조치를 취한 것이다. 전날까지는 소방대원들이 선착장에서 신원확인소까지 들것에 시신을 실어 옮겼지만 이날은 이송차량이 선착장으로 내려와 시신을 실었다.
진도=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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