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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대신 휠체어… 보스턴, 테러 딛고 다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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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대신 휠체어… 보스턴, 테러 딛고 다시 달렸다

입력
2014.04.2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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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우리의 결승선을 다시 되찾자.”

제118회 보스턴마라톤 출발지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 홉킨턴에서 21일(현지시간) 마라톤대회 사회자가 출발총성을 울리면서 외친 말이다. 지난해 결승선 부근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테러로 3명이 숨지고 260명이 부상당하는 재앙이 빚어진 보스턴 마라톤이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보스턴 마라톤은 전세계를 통틀어 최고의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회다. 1896년 제1회 근대올림픽 마라톤 경기를 지켜보고 감동을 받은 보스턴 출신 미 육상인들이 만든 대회답게 고고한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한마디로 미국인들의 자존심이 걸린 대회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보스턴 마라톤의 출발지와 결승지점 고도(국제공인은 42m)가 143m 차이 난다는 이유로 기록을 공인할 수 없다는 ‘딱지’를 붙였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1947년 대회에서 서윤복이 우승을, 1950년 대회때는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이 1,2,3위를 싹쓸이했다. 2001년 제105회 대회땐 이봉주가 케냐의 대회 11연패를 저지하고 월계관을 머리에 쓰기도 했다.

테러 악몽을 말끔히 털어내고 올해는 96개국에서 약 3만6,000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예년의 2만7,000명에 비해 9,000명이 더 늘었다. 여기에는 지난해 테러로 결승 지점을 미처 밟지 못한 5,600명이 포함됐다. 또 테러 부상 후유증으로 발목을 잘라 냈으나, 철제 의족을 달고 레이스에 참가한 이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이들의 메시지는 ‘테러에 굴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주최측은 풀이했다. 안전을 위해 투입된 경찰 인력은 3,500명. 지난해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삼엄한 경비를 뚫고 대회 관람객은 무려 100만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람객들은 금속탐지기와 보안견을 거치는 검색 과정을 불평 한 마디 없이 통과했다. 참가자들과 관람객들의 티셔츠와 손에 든 깃발 등에는 ‘보스턴은 강하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대회 남녀 챔피언은 미국의 멥 케플레지기(38)와 케냐의 리타 젭투(33)가 각각 차지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마라톤 은메달리스트 케플레지기는 자신의 개인최고기록인 2시간8분37초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특히 미국인으로서는 1983년 그레그 메이어 이후 31년만의 챔피언이다. 또 1930년 42세의 나이로 우승한 클라렌스 데마(미국)이후 최고령 우승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출신으로 이탈리아를 거쳐 12세때 1997년 미국에 귀화한 케플레지기는 2009년 뉴욕 마라톤 대회와 2012년 미국 올림픽선수 선발전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다. 이전까지 그의 최고 기록은 2시간9분8초였다. 케플레지기는 골인 후 “20마일 지점부터 위장병이 발병해 (낮게 해달라고) 기도를 많이 했다”라고 털어 놓았다. 2위는 2시간8분48초에 레이스를 마친 윌슨 케벳(29ㆍ케냐)이 차지했다.

여자부 챔피언 젭투는 2006년과 2013년에 이어 대회 통산 세 번째 월계관을 썼다. 젭투는 2시간18분57초 여자부 대회 신기록을 세웠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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