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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승무원 탈출' 해경 책임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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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승무원 탈출' 해경 책임없나

입력
2014.04.2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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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와 선원들이 가장 먼저 탈출하지 않고 구조를 도왔다면 비극의 강도는 지금보다 덜했을까. 하지만 이런 가정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선원들은 수백 명의 승객을 내팽개쳤고 해경조차 선박 구조를 가장 잘 아는 선원들을 육지로 이송해버리는 바람에 한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날려 버리고 말았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던 16일 사고 해역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경비정은 목포해경 소속 123정(100톤급)이다. 사고 지점에서 약 30㎞ 떨어진 독거도 해상에서 순찰 중이던 123정은 오전 8시 58분 목포해경 상황실의 출동 지시를 받고 9시 30분쯤 세월호 500m 옆에 도착했다. 세월호는 이미 좌현으로 60도 가까이 기울어진 상태였다.

경비정은 심각한 상황을 감지하고 “빨리 바다로 뛰어들라”는 방송을 하며 대원 3명을 태운 단정(고무보트)을 세월호에 접근시켰다. 단정은 세월호를 빠져 나온 5, 6명씩을 구조한 뒤 123정으로 수 차례 옮기며 9시50분까지 52명을 구조했다. 이 중에는 이 선장과 선원 10명도 포함됐다. 이들은 5층 조타실 옆 갑판이 물에 닿을 정도로 세월호가 기울어져 바다에 뛰어들지 않고도 바로 옆까지 다가온 123정에 옮겨 탔다.

혼자 살겠다며 단정에 오른 선원들은 누구 하나 조타실 바로 옆에 위치한 구명벌(구명뗏목) 14척을 작동시키지도 않았다. 구조를 위해 단정에서 갑판에 오른 해경 대원 한 명이 구명벌 두 벌을 발로 차 바다에 띄웠을 뿐이다. 이 선장을 포함한 선원들은 승객 47명과 함께 오전 10시10분쯤 123정에서 진도군청 급수선으로 옮겨 탄 뒤 오전 11시쯤 진도 팽목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해경은 이 과정에서 선박 구조를 가장 잘 아는 선원들을 다른 승객을 구조하는 데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판단도 하지 못했다. 해경이 승객 구조의무가 있는 선장과 선원들의 '1호 탈출'을 도와줬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해경의 이런 초기 대응은 2012년 이탈리아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좌초 당시 배를 버리고 탈출한 선장에게 재승선과 남은 승객 현황 파악을 지시한 해안경비대장의 단호한 대처와도 너무 달랐다. 이에 대해 해경은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던 너무 급박한 상황이라 누가 선원이고, 누가 승객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해경은 뒤늦게 진도한국병원으로 이송된 선장 이씨를 호출하고 오후5시40분쯤 해경 3009함에 승선시켜 구조 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세월호는 이미 선수만 물 위에 남긴 채 침몰했고, 이후 더 이상의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목포=박경우기자 gwpark@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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