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한국해운조합 (선박)운항관리자가 배 출항 전 현장에서 만재흘수선 초과(화물 과다 적재) 여부를 확인하지만 바쁠 때는 사무실에서 망원경으로 슬쩍 보기만 하기도 한다.”(모 선사 관계자)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가 화물을 적재 한도의 2배나 과적했다는 사실(본보 22일자 5면)이 확인되면서 한국해운조합의 안전점검이 너무 부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등 내항여객운송사업자는 해운법에 따라 해운조합이 선임한 운항관리자로부터 안전운항에 대한 지도·감독을 받는다. 해운조합 인천지부는 15일 세월호 출항 전 안전점검을 벌였고 ‘출항 전 점검보고서’도 제출 받았다. 세월호 침몰 직후 해운조합 인천지부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운항관리자가 현장에 나가 세월호 객실과 화물실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월호는 사고 당시 한국선급(KR)이 승인한 최대 적재 화물량(1,070톤)보다 2배 가까이 많은 화물을 싣고 있었다. 배가 기울어지면서 갑판에 쌓여있던 컨테이너가 바다로 떨어지는 등 화물 고박도 허술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해운조합은 세월호가 당초 예정됐던 출항시간보다 2시 30분 늦은 오후 9시쯤 출항했지만 안전점검은 기존 출항시간에 맞춰 실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점검 이후 승선 인원과 화물량이 달라지더라도 해운조합은 알 수 없었던 셈이다. 조타실이 있는 선교(브리지)는 점검도 하지 않았다.
해운조합 관계자는 “안전점검은 예정된 출항시간에 맞춰 오후 6시 10~20분쯤 했다”며 “매번 배의 모든 부분을 점검할 수 없어 선별검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조합은 세월호가 엉터리로 작성한 출항 전 점검보고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밝혀진 승선 인원은 476명, 적재 화물은 차량 180대, 잡화 1,175톤으로 출항 전 점검보고서상 승선 인원 450명, 차량 150대, 잡화 657톤과 큰 차이가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수사 중인 검찰과 해양경찰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는 22일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화물 과적 여부를 파악하고자 한국해운조합 소속 운항관리자를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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