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들에게 승객을 탈출시키라는 퇴선 지시를 했다”(이준석 선장)
“일부 선원들은 퇴선 명령을 듣지 못했다고 진술하고 있다”(합동수사본부)
선원들간 책임 떠넘기기에 진실까지 묻힐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진도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선장과 선원들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선장 포함, 생존 선원 15명 전원을 상대로 조사를 마친 검ㆍ경 합동수사본부 조차 “객관적인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알 수 없을 정도로 말이 서로 다르다”고 얘기하고 있다.
합동수사본부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1등 항해사 강모(42)씨와 신모(34)씨, 2등 항해사 김모(47)씨, 기관장 박모(58)씨는 22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직후 “선장이 퇴선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강씨와 함께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교신을 했던 신씨는 “선장이 하선 명령을 했나”라는 질문에 “했다. 경비정이 도착했을 때 퇴선 지시를 무선으로 했다”고 답했다. 또 “이후 배가 90도 가까이 됐을 때 경비정이 조타실 옆에 와서 빠져나가라고 해서 선원 퇴선 명령이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승객 퇴선 명령이 먼저 있었으며, 선원 퇴선은 구호 작업이 불가능한 시점에 경비정의 독촉으로 이뤄졌다는 항변이다. “퇴선 지시를 했다”는 이준석(69ㆍ구속) 선장과 같은 주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선장을 비롯해 사법처리 대상이 된 선원들이 혐의를 벗기 위해 입을 맞췄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도 “지시를 받지 못했다는 진술을 일부 선원이 하고 있다”며 “퇴선 명령은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통신을 담당했던 선원은 “선장으로부터 대피 안내 방송을 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승객들 역시 대피 방송을 듣지 못했다고 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설사 이 선장이 사고로 이어진 변침(방향 전환) 시점 당시 조타실에 있던 일부 선원들에게 “승객을 퇴선시켜라”고 했다고 해도 이를 지시로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구호 임무를 지닌 선원 전체에 전파가 되지 않았고,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신씨 등은 “구명정에 접근하지 못했고, 아무도 구명정을 조작한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침몰이 시작된 시점, 선장과 함께 조타실에 모여 있었던 것으로 수사본부는 파악하고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방송으로 퇴선 지시를 들었다는 게 아니라 퇴선 명령을 하는 것을 옆에서 들었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 (지시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게다가 선장 본인도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여러 차례 바꿀 정도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급변침이 시작된 16일 오전 8시 49분 당시 선장의 행적에 대해서도 선장과 선원들 간에 진술은 엇갈리고 있다. 선장은 일단 “사고 나기 3분 전쯤 침실로 갔다가, 곧바로 조타실로 왔다”며 총 5분 정도 자리를 비웠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기관장 박씨는 “8시30분부터 선장이 불러 조타실로 갔다”고 진술했다. 정반대로 그때부터 선장이 조타실을 비웠다는 일부 선원들의 진술도 있었다. 반면 선장이 침실이 아니라 해도실(항법 계산 등을 하는 작업실)에 갔었다는 증언도 있고, 선장이 조타실을 비운 시간도 5분에서 1시간까지 여러 증언이 나오고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사실이 뭔지는 앞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나가야 할 문제”라고 했다. 수사본부는 이들 진술의 진위 여부를 따지기 위해 선원들간에 주고 받은 통화와 카카오톡 메시지 내역을 분석하고 있다. 선장과 선원, 선원과 선원 간 대질신문도 조만간 실시할 예정이다.
목포=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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