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들을 버린 선장 이준석(69ㆍ구속)씨 등 승무원들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다. 법조계에서는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 해도 입증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보고 있다.
22일 합동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이 선장은 적용된 혐의 중 가장 형량이 높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선박죄를 중심으로, 1등 항해사 강모씨 등 승무원에 대해선 유기치사 혐의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도주선박죄은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며 이번 사안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 선장은 7년6개월 이상의 징역형이, 선원들은 3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고형이 사형인 살인죄가 적용된다면 양형요소를 고려할 때 징역 15년 혹은 무기징역 이상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선원들의 행위는 성폭행, 연쇄 살인 등 극단적인 인명경시 사건으로 볼 수 없어 일단 ‘보통 동기 살인’유형(기본 10~16년)에 속하지만, 인명 피해가 큰 만큼 불리한 양형 요소가 많아져 가중처벌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혐의는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은 경우다. 법조계에선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인명과 선박, 화물을 구조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한다’는 선원법 11조가 있어 충분히 ‘마땅히 해야 할 일’의 전제는 성립된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선원들이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이다. 살인죄는 고의성이 있어야 인정되는데 선원들이 미필적으로나마 ‘승객들이 (내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배를 떠나면) 죽을 수도 있겠다’고 인식이 있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재경지법의 한 형사법관은 “부작위 성립은 객관의 문제지만, 살인 고의성은 상당히 주관적 측면이 강하다”며 “선원들 행위의 인과관계, 동료 및 목격자들의 진술, 고의성이 다분히 의심되는 물적 증거들이 수사를 통해 나와야 법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검찰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때 고(故) 이준 전 삼풍건설산업 회장에게 부작위 살인죄 적용을 검토했지만, 고의 입증이 어려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그는 징역 7년 6개월이 확정됐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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