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이면에는 해운행정 전반의 뿌리깊은 비리가 자리잡고 있다. 세월호 도입 및 개조 과정에서부터 안전검사, 운항점검, 부실운영이 얽히고설켜 부패 고리를 형성해왔을 개연성이 높다. 구조적 비리와 부패에는 해양수산부 전직 관료들이 관련기관에 내려가는 이른바 ‘해수부 마피아’의 낙하산 관행이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세월호는 일본에서 건조된 지 18년이 지난 중고선박이다. 청해진해운은 이 배를 들여와 객실을 늘렸고 이로 인해 선박의 무게중심이 높아져 전복 위험성이 커졌다. 하지만 선박 안전검사를 담당한 한국선급은 합격판정을 내렸다. 한국선급은 두 달 전 실시된 안전점검에서도 46개의 구명벌 가운데 44개가 정상이라고 판정했다. 그러나 침몰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한 구명벌은 고작 한 개뿐이었다. 세월호는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서 탑승 인원과 선원 수, 화물 적재량 등을 엉터리로 보고했지만 선박 운항 점검기관인 한국해운조합은 무사 통과시켰다. 여객선사들로 구성돼 사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해운조합에 안전감독을 맡긴 것 자체가 난센스다.
해운조합 역대 이사장 12명 중 10명은 해수부 고위관료 출신이다. 한국선급도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8명을 해수부나 관련 정부기관 관료출신이 차지해왔다. 해수부는 산하 기관장 자리를 꿰차고 해운사들은 이들을 이용해 정부의 관리감독을 회피하며 유착관계를 맺어왔다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사고를 낸 청해진해운은 선원들에게 형식적인 비상훈련조차 시키지 않았다. 지난해 안전교육 등 선원 연수비로 지출한 돈은 고작 54만원이다. 반면 접대비에는 100배가 넘는 6,000만원을 지출했다. 선장을 포함해 승무원 대부분은 1년짜리 계약직이거나 비정규직이었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니 책임감과 사명감이 생길 리 없다. 청해진해운의 실제 소유주는 한강유람선 사업을 하다 무리한 투자 끝에 도산한 ㈜세모의 유병언 회장 일가다. 선원들에게 이런 대우를 해주면서 회사이익을 빼돌리지 않았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검찰은 복마전 같은 해운업계의 총체적 비리를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이번 기회에 뿌리를 끝까지 도려내 국민들이 안심하고 여객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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