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올 시즌 첫 클레이코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1000시리즈 몬테카를로 오픈 결승전. 공교롭게도 같은 스위스 국적으로 원핸드 백핸드를 구사하는 ‘소수파’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파이널 당사자는 스타니슬라스 바브링카(29)와 로저 페더러(33). 페더러의 우세를 점치는 이가 압도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페더러가 상대전적 13승1패로 앞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챔피언은 바브링카였다.
테니스 전략가 크레이그 새너시(미국)는 21일 ATP홈페이지에 바브링카의 파워풀한 원핸드 백핸드가 페더러를 능가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현대 테니스의 주류가 양손 백핸드라는 점에서 원핸드 백핸드 선수가 나란히 결승에 올랐다는 점은 매우 보기 드문 장면이다. 톱10랭커 중에서 한 손 백핸드를 구사하는 이도 페더러와 바브링카 2명뿐이다.
바브링카가 페더러를 침몰시킨 결정구 역시 원핸드 백핸드였다. 이날 바브링카의 백핸드 위너샷은 8개였고, 포핸드 위너샷은 7개였다. 반면 페더러는 4개의 백핸드와 6개의 포핸드 위너샷을 성공시켰다. 바브링카의 백핸드 위너샷이 페더러보다 2배 많았다. 바브링카의 백핸드는 특히 강력한 공수겸장 무기로 빛을 발했다. 애드코트(왼쪽 서비스코트)만을 커버하면 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체력소모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실제 3세트 중반까지 바브링카의 백핸드 평균 스피드가 74마일에 달했다. 그러나 페더러는 65마일에 그쳤다. 바브링카의 백핸드가 페더러보다 14% 위협적이었다는 의미다. 그만큼 볼에 무게가 실려, 다루기 어려웠다. 이는 페더러를 코트 뒤로 물러서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페더러의 다운드 라인 공격도 무뎌지고, 볼을 받아 올리기 급급하게 만들어, 바브링카의 두 번째 공격도 한결 쉬워졌다. 애드코트에서 바브링카는 15개의 그라운드 스트로크 중 12개의 위너샷을 터뜨렸다.
승부를 결정짓는 3세트에서 바브링카의 백핸드는 81%가 대각선을 향했다. 이는 결국 페더러로부터 18개의 백핸드 에러를 유발시켰다. 또 백핸드를 길고, 짧게 자유자재로 구사해 페더러를 괴롭혔다. 백핸드 다운드 라인 공격도 베이스라인에서 평균 8.5피트 떨어진 곳으로 구사됐다. 하지만 페더러는 평균 11.4피트 지점에 떨어졌다. 사이드라인에서도 바브링카는 평균 3.6피트를 남겨두고 볼을 꽂아 넣었지만 페더러는 6.5피트의 이격 거리를 보여 바브링카가 충분히 공략할 수 있었다.
바브링카의 이번 대회 우승은 지난 1월 인도 첸나이 오픈과 호주오픈에 이어 시즌 3번째 챔피언트로피다. 바브링카는 이로써 2014년 왕중왕전 바클레이 월드투어 파이널 대회 랭킹포인트에서 3,535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노박 조코비치(27ㆍ세르비아)의 3,050점이다.
바브링카가 라파엘 나달(28ㆍ스페인)을 꺾고 메이저대회 호주오픈 정상에 섰을때만해도 깜짝 돌풍으로 폄하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는 이후 3개 대회에서 8강에도 오르지 못하는 등 주춤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브링카는 몬테카를로 우승으로 이 같은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즌 전적은 20승3패다. 더구나 톱10랭커를 맞이해선 6승 무패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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