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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란 접두사 부끄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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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란 접두사 부끄럽지 않게…

입력
2014.04.2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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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2014-04-22(한국일보)
국립아시아문화전당/2014-04-22(한국일보)

전남도청 청사가 있었던 광주 동구 금남로는 죽어가던 도심이었다. 민주화의 성지라 불리던 이곳을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났고, 오래된 빌딩들은 유령처럼 나이를 먹어갔다. 하지만 지금 이 지역은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이하 문화전당)이 외관을 드러내면서 점차 바뀌고 있다. 상인들이 돌아와 역사가 오랜 건물에 다시 둥지를 틀어 카페나 패션 상가를 이루기 시작했다. 주변 아파트와 땅도 값이 올랐다. 광주시민에게 문화전당은 이렇듯 치유와 재기의 공간이기도 하다.

민주평화교류원(옛 전남도청 청사 내), 예술극장, 창조원, 정보원, 어린이 문화원 등으로 구성되는 문화전당(총 사업비 6,972억원ㆍ12만8,621㎡ 규모)이 10월 완공(현재 공정률 90%ㆍ개관은 2015년 7월 이후)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에 한창이다. 지난 주말 찾은 문화전당은 부활한 광주 구도심의 중심에서 5월의 그날을 증언하는 전남도청 및 경찰서 건물과 어울리며 차곡차곡 마지막 내부 치장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건축가 우규승씨가 설계한 문화전당은 지하 4개 층만으로 이뤄진 특이한 외형의 건물이다. 민주주의의 뿌리를 이룬 광주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듯, 문화전당은 온전히 땅 속에서 금남로를 떠받치는 형태다. 대형 공연을 유치할 수 있는 1,000석 규모의 대극장, 클래식과 뮤지컬 공연을 위한 500석의 중극장 등 모든 건물이 지상보다 아래의 공간에 세워졌다. 지하 4층 바닥까지 태양광을 손실 없이 전달하기 위해 설치된 크고 작은 광정(光井)들은 민주주의의 따뜻함이 어디에라도 도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문화전당의 외관이 막바지 공사로 말끔해지고 단단해지는 것과 달리 해결하지 못한 고민거리들로 속내는 무르익지 못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광주를 ‘아시아 문화예술메카’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국회가 2006년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키면서 2008년 첫 삽을 뜬 문화전당은 도청 별관 보존 여부 등 여러 걸림돌에 부딪혀 2012년이던 완공 시간표가 3년이나 뒤로 밀렸다. 공사가 지연되는 동안 문화전당의 존재감은 급히 옅어졌다. 최근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광주 거주자 제외)의 문화전당 인지도는 26.5%에 불과했다. 특별법의 시한인 2023년까지 5조원이 넘는 투자가 필요한 문화전당과 이를 중심으로 하는 광주의 문화중심도시 사업이 자칫 정치논리에 휘말릴 경우 표류할 수 있다는 걱정도 상존한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과연 이 거대한 문화공간을 전국적인 인지도 없이 광주시민들의 애정만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주변국 관광객들의 구미에 맞는 고품격 콘텐츠가 상시로 공급되지 않는다면 자칫 ‘아시아’라는 거대한 접두사가 부끄러워질 수 있다. 문화전당을 둘러싼 고민들은 광주만의 것이 아닌, 우리 문화계 전반이 공유해야 할 거대한 걱정이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사진설명

완공을 앞둔 아시아문화전당의 전경. 지상 건물 없이 지하 4층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밖에서 바라보면 거대한 공원이 주로 눈에 들어온다. 아시아문화개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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