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1914년생 문인들을 기념하는 문학제가 다음 달 8, 9일 열린다. 2001년부터 그 해에 탄생 100주년이 된 문인들을 조명하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매해 열어온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와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올해 14회째를 맞아 ‘한국문학, 모더니티의 감각과 그 분기(分岐)’를 주제로 행사를 연다.
지난해 소설가 김동리와 김현승 등 7명과 관련한 행사를 열었던 문학제는 올해 6명을 선정했다. 1930년대 모더니즘 시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평가 받는 ‘와사등’의 김광균, 국내 문단을 거치지 않고 일본 문단에 데뷔해 아쿠타카와상 후보에 오른 소설가 김사량, 한국적인 소박한 서정을 그린 소설가 오영수, 재북 작가로 평양에서 활동한 모더니즘 성향의 소설가 유항림, 1930년대 후반 서정주 오장환과 함께 3대 시인으로 불렸던 이용악, 전원적ㆍ서정적 제재를 현대적 감성으로 노래한 시인 장만영이 그들이다.
1914년생 문인들이 만 20세를 맞은 1934년은 식민지 시대 문학이 변곡점을 이루는 시기였다. 1930년대 초반 진보적이고 비판적인 문학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다가 1935년 일본이 군국주의를 강화하면서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 해체와 함께 급격히 쇠퇴하게 된다. 당시 카프와 다른 지점에선 모더니즘의 성취가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인물이 이상(1910~1937)이었다.
문학제 기획위원장인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는 “문학적 성과나 의미를 고려해서 선정하는 한편 이 시기의 경향이나 시대적 상황과 관련해 문학적인 지향점을 대조할 수 있는 문인도 선정하려 했다”며 “당시 한국문학이 일본의 군국주의 가속화 속에서 근대성의 과제를 어떤 방식으로 대면했는지 살펴 보려 한다”고 말했다.
논란을 일으킬 법한 인물들도 있다. 김사량은 일본어로 소설을 썼고 유항림은 평양에서 활동한 재북작가라는 이유 등으로 국내 문단에서 외면당했다. 윤 교수는 “김사량은 일본어로 글을 썼지만 일본인과 한국인 사이의 민족적 이질성과 두 문화 사이의 갈등을 심도 깊게 다뤘고, 유항림은 사실상 무명에 가까운 문인이지만 해방과 분단 과정 속에서 북한에 남아 모더니즘을 추구한 독특한 존재였다”고 부연했다. 오영수는 호적 상으론 1909년생이지만 스승 김동리보다 나이가 더 많을 수 없다며 스스로 1914년생으로 기록했다는 것을 감안해 올해 대상에 포함시켰다.
5월 8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는 이들 6인의 문학 세계를 살피는 심포지엄이 열린다. 9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문학창작촌 야외무대에선 6인의 문인 중 김광균 오영수 이용악 장만영과 1914년생 문인인 시인 여상현 함형수의 작품으로 시 낭송, 마임ㆍ무용 공연, 영상시 상영 등을 펼치는 ‘문학의 밤’이 진행된다. 부대 행사로 5월 24일 아주대에서는 ‘김광균ㆍ이용악 학술회의’가 열리고 6월 20일 카이스트에서는 ‘김사량 국제학술회의’가 개최된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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