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추가 핵실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함경북도의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안으로 계측장비가 반입되는 등 핵실험을 위한 준비가 최종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다. 정부도 그제부터 국방부와 합참 통합위기관리 태스크포스 가동에 들어갔다.
북한의 움직임이 실제 핵실험을 위한 것인지, 혼선을 주기 위한 기만전술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여러 차례 위협해 왔고, 지금이 시기적으로도 남북 간에 예민한 정치일정이 중첩돼 있어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는 25일은 북한 인민군 창건일이다. 한미 양국의 공중종합훈련인 ‘맥스선더’ 훈련도 25일까지 계속된다.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미국의 안보에 직접 연계하는 전략을 펴왔다. 지금까지 세 차례의 노동미사일 발사 중 두 번(2006년, 2009년)은 미국 독립기념일에, 지난달 발사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 맞춰 이뤄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09년 프라하에서 ‘핵 없는 세상’을 연설할 때도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으로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전후가 핵실험을 강행할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문제는 4차 핵실험이 국제공조에 미칠 여파다. 한미일은 최근 북한과 중국에 6자회담 재개 조건을 완화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6자회담을 비롯한 대화노력은 사실상 끝이다. 중국의 역할도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한미일 간에는 한일 과거사 문제와 일본의 안보역할론 확대로 미묘한 긴장관계가 계속되고 있다. 이 와중에 북한과 일본은 납치자 문제를 고리로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핵도발을 막는 최선의 길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단호한 대북공조를 견지해 나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 때 미국이 공언해 온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구체적으로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이 한반도에서까지 재연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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