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도피로 드높은 산자락을 떠도는 커플이 있다. 종족이 다르고 무슬림 종파가 다르단 이유로 그들의 결합을 반대하는 가족을 피해 도망 다니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다. 뉴욕타임스는 21일 중앙 아프가니스탄의 힌두쿠시에서 만난 무하마드 알리(21)와 자키아(18)의 이야기를 자세히 전했다.
알리는 시아파인 하자라족이고, 자키아는 수니파인 타지크 족이다. 3월 초 그들은 살고 있던 바미얀에서 도망쳤다. 그리고 한달 넘게 친구 집을 전전하거나 노숙을 하며 도피를 이어갔다. 그들은 현재 알리의 먼 친척 집에 잠시 머물고 있다. 그들을 받아 준 자하라는 “그들의 행동을 지지합니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있어요. 그래서 신의 뜻대로 그들을 돕기로 결심했어요”라고 말했다.
자하라의 집은 그들이 바미얀에서 도망친 뒤 머문 8번째 장소다. 그들은 국경을 넘어 이란으로 도망가려 했지만 밀입국을 주선하던 이들은 알리 커플이 가진 돈 보다 더 많은 액수를 요구했다. 도피를 감행한 뒤 그들은 친구와 먼 친척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모두가 그들을 반기진 않았다. 문전박대를 당해 산기슭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마을에 들어가기가 겁이 나 산 속의 동굴에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
이들이 자하라의 집에 왔을 때 수중엔 1,000아프가니(2만원도 안되는 돈) 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함께 있어서 행복했다. 자하라는 “한 주 내내 그들이 이곳에 있었지만 한 번도 서로에게 화를 내거나 싸우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알리의 아버지와 형이 자하라의 집에 들이닥쳤다. 장례식에 다녀오던 먼 친척 여인이 우연히 그들을 본 뒤 일러준 것이다. 결국 커플은 또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한다. 하지만 말싸움이나 분노는 없었다. 자키아는 재빠르게 두 개의 비닐봉지에 그들의 옷을 챙기고 작은 배낭을 둘러맸다. 자하라는 눈물을 흘리며 “그들은 사랑하고 서로 함께 하고 싶길 원할 뿐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가족들간의 분쟁을 불러 온다는 거죠. 그들은 서로를 죽일지도 몰라요”라고 말했다.
알리의 아버지는 이번이 자신의 아들과 며느리를 보는 마지막 기회라고 여겼다. 그는 자키아와 결혼하겠다는 아들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몹시 분노해 혹독하게 채찍을 내리쳤다. 한 달 넘게 멍이 가시지 않은 아들의 얼굴을 보면서 그는 생각을 바꿨다. “아들을 끝까지 지키고 사랑한다는 며느리는 용감합니다. 이제 그녀는 우리 가족의 일원입니다.” 하지만 그도 종족의 반대를 이겨낼 수 없어 아들의 도피를 지켜 볼 수밖에 없다.
알리는 도망을 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웃었다. “가치 있는 일이에요.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이죠.” 이번엔 자키아가 되묻는다 “어떻게 슬플 수 있겠어요. 우린 함께 있어요. 내 사랑과 함께 있다고요.”
김연주 인턴기자(이화여대 영문학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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